▒▒ 청 량 사 ▒▒

출가 정신을 잇는 불자의 삶

이 름	: 청량사	조회수	: 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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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벌써 임오년 말의 해인 2002년도가 시작된 지 석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말이 달려도 한참을 달렸을 만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얼마나 달려왔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매년 해가 바뀌고 새 봄이 시작되는 3월이 되면 올해는 무엇을 해보아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곤 합니다. 특히 학생들이 있는 가정의 경우, 자녀로 인해 전가족 구성원이 새로운 결심을 하고 다짐하는 모습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우리 중생들은 어떤 계기가 마련되어야만 결심도 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도 하는 것 같습니다. 금년 초부터 모든 텔레비전 뉴스 시간마다 담배를 피우지 말자는 금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도 아마 어떤 계기가 있지 않고는 끊기 힘들 겁니다.

본인과 가족 건강을 위해서, 회사에서 승진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담배 피울만한 공간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귀찮아서, 담배 값이 올라 돈이 아깝기 때문에, 또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러니까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모두가 다 담배를 끊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가치 기준과 판단이 다르다는 이야기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을 맞이했을 때 누가 더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기준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올바른 가치 기준이 설정 안 되면 올바른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고, 결국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하루하루의 삶이 올바른 가치 기준과 가치 판단에 근거해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항상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장래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고 기대를 할 수가 있습니다. 장래 꿈도 희망도 없이 되는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얼마나 의미 없는 삶일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버스나 열차를 타고 종착역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경우와 같을 것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막상 반겨주는 곳 없고 가야할 곳 없는 것처럼 목적 없이 세상을 산다면 정말 막막할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에 어떤 목적을 설정하고 살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능력에 맞는 목적 설정,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인생의 목적을 설정하고 살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처럼 살기 위해서 정말 올바른 목적을 설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 법회에 참석하여 귀중한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한번 보십시오. 사람의 수만큼이나 삶의 모습들이 다양합니다. 삶의 목적 또한 다양합니다. 그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든 간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느냐를 살펴보면 정말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오늘 우리 모두는 재가불자로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자신을 점검해 봅시다. 어떤 목적이 있어야 그 일을 이루기 위해 결심도 하고 노력도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을 불가에서는 사대 명절 중의 하나인 출가재일(出家齋日)이라고 합니다. 사실 출가라고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일찍이 부처님께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커다란 원력, 즉 목적에서 연유한 것입니다. 만약 스스로 생사의 무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과 중생 구제의 원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부처님 법을 만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불교의 사대 명절 중의 하나인 출가재일을 맞이하여, 나는 어떤 목적을 세웠는지, 그리고 그 목적 달성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 우리도 부처님 같이

불자 여러분, 여러분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인생에 어떤 목적을 세웠습니까?
물론 불교를 믿는 목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목적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스스로 부처, 즉 깨달은 사람이 되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불자들은 스스로 부처가 되기 위해서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 평소 부처님과 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가지 장애에 부딪칠 때마다 ‘만약 부처님이시라면 이 경우에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셨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조금씩 부처님을 닮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불자로서 부처님처럼 살려고 한다면, 그리고 부처님의 삶을 닮고 싶어한다면 부처님의 생애를 통해 깨달음의 단서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 깨달음의 단서는 출가다

부처님의 생애에서 깨달음의 단서, 깨달음의 계기, 깨달음의 동기가 되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깨달음의 단서는 바로 출가라고 하는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시 부처님께서 출가하여 수행하지 않으셨다면 지금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할 수나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일대기를 통해서 이미 부처님의 출가 이야기를 다 알고 계시겠지만 팔상록에 의하면 사문유관상, 유성출가상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문과 남문, 서문에서 각각 노인과 병자, 그리고 사람의 장례 행렬을 만난 후 다음 날 북문에서 탁발 수행자 사문의 모습을 보고 출가를 결심하시게 됩니다. 싯다르타 태자가 사문에게 묻기를 “당신은 무엇 때문에 출가 사문이 되었습니까?"

사문이 대답하기를 “내가 일체 세간의 모든 일을 보매 모든 것이 다 고통입니다. 이렇게 세상을 관하고 나서 일체 세속의 모든 영화와 안락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권속들을 떠나 영원한 안락을 구하고, 어떤 방편을 행하여 모든 고통받는 생명을 살릴 것인가 생각하여 길을 구하고자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서 부처님께서는 태자시절 출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는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출가의 의미와 목적

원래, 출가란 범어로 말하자면 프라브라주야(pravrajya) 즉, 가정을 떠나 수도에 전념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집을 떠나 숲 속이나 산 속에 들어가서 수도에만 전념하는 것은 인도의 고대 종교 전통에서 유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 부처님의 출가는 단순한 전통의 차원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중생들에게 깨달음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주시려는 자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전에서는 이러한 여정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계십니다.

“염부제에서는 채녀(婇女)와 오욕락을 떠났었으며 늙은 자, 병든 자, 죽은 자와 사문을 보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중생들은 모두 싯다르타 태자가 처음으로 출가하였다고 하지만, 나는 무량한 겁 동안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단지 세간의 법에 맞추어 순응하려는 까닭에 이런 일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한글대장경 253, 《대반열반경》 제4권 〈여래성품〉 95쪽～96쪽

이러한 부처님의 출가 동기와 목적은 출가하신 후 숲 속에 당도하여 시자에게 전한 말씀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시자야, 너는 왕궁으로 돌아가서 왕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부왕이시여, 제가 이제 출가한 것은 어떤 사람의 속임을 받거나 노여움과 원한 때문이 아니며, 재물과 권력이 적어서 이를 구하고자 함도 아니며, 천상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하여 떠나는 것도 아니옵니다. 저는 세속적인 욕망이 없으며, 오직 일체 중생들이 어둡고 미혹하여 삿된 길에서 헤매며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지혜의 광명이 되어 고통을 구제하고자 함이오며, 세간을 이익 되게 하는 법을 찾고자 출가하였습니다. 이렇게 출가함을 아시고 부디 근심을 거두소서. 그러므로 저는 반드시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증득한 후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전하라."

하직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난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님께 올리는 이 간절한 사연을 통해서 우리는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동기와 목적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약육강식의 모순과 생로병사의 고통을 보고 의지할 곳 없는 자에게 의지처가 되고 집 없는 자에게 집이 되기 위해서 출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생로병사가 없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 중생들의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을 제거하기 위해서 출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당신이 세속에서 누렸던 모든 부와 명예, 권력 등을 헌신짝처럼 버렸습니다. 부처님은 자신만을 위하는 모든 생각, 즉 이기심, 탐욕심, 자만심, 허영심, 소유욕, 명예욕, 애욕 등 인간의 삶이라는 이름 위에 씌워져 있는 모든 추한 모습들을 수행이라는 이름을 통하여 한 겹 또 한 겹 벗어버리면서 놓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수행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육물(六物)* 이외에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세속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소욕지족(小欲知足)의 삶을 보이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출가입니다.

* 출가 수행의 공덕

그러나 우리 중생들의 삶을 보십시오. 하찮은 것에도 놓아버리지 못하고 포기하지 못하고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모습들, 그러다가 그것 때문에 결국은 인생의 종말을 보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진리 탐구와 중생 구제를 위해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포기하신 출가자 부처님의 삶을 본받아 살아가시는 출가 수행자가 계시다고 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복전(福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존경을 받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경전에 의하면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출가하여도 그 공덕은 한량없다고 설하고 계심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의 하루낮 하루밤 동안 출가한 선근만으로 육욕천에서 일곱 번 복을 받고, 20겁 동안 항상 생사 하면서도 세간의 쾌락을 받으며, 최후에 인간의 복 있고 즐거운 집에 태어나 나이가 차서 모든 근이 익어지면, 생로병사를 두려워하고 출가하여 계를 지니고 벽지불을 이루리라.”
한글대장경 161, 《불설출가공덕경》 400쪽

또한 불교가 한창 융성했던 통일신라와 고려시대만 하더라도 왕자가 출가하였음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식이 여럿이면 한 명을 출가시키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녀의 출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옛날 노스님들께서는 ‘일자출가 구족생천(一子出家九族生天)’이란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식 한 사람이 번뇌에서 나와 진리의 길을 닦을 때 그 공덕은 출가자와 가까운 인연 있는 사람에게 미친다는 뜻입니다. 집에 효자는 생전에 그치지만 출가한 자식의 효는 영생토록 이어진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는 바로 출가하여 수행하는 것이 속세에 사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 불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가 출가할 마음을 낼 때는 크게 기뻐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재가불자로서 수련회 등을 통한 단기 출가만이라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 재가불자와 출가 정신

이제 우리는 재가불자로서 몸은 출가하지 못하더라도 출가자답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비록 전문 수행자는 아니지만 재가불자로 있으면서도 언제나 출가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출가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몸은 비록 산중에 있어도 마음이 번뇌와 집착에 매여 있으면 진정한 출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몸은 비록 세속 생활에 놓여 있지만, 마음에 번뇌와 집착이 없으면 출가한 사람과 다를 바 없습니다. 출가의 진정한 의미는 형태에 있지 않습니다. 몸이 어떤 생활 환경에 있던, 지금 한 생각이 집착을 여의었으면 그 순간 출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출가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닙니다.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는 있으나, 유일한 수단은 아닙니다. 출가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행을 못하거나 깨달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가정과 사회 생활을 통해 세속적 관행에 몸을 맡기면서도 열심히 수행하여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으며, 실제로 재가 불자로서 해탈했던 분들이 부처님 당시에도 많았습니다.

어찌 보면 재가자들은 수행의 힘을 키우기에는 더욱 적극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생업에 신경 쓰고 가족 관계나 사회 생활도 영위하면서 지혜와 자비를 가꾸고 무집착의 마음을 키워 가는 것은, 비록 어렵지만 그 성취는 매우 힘있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홀로 조용히 수행하는 것과는 달리, 번거로운 세속 일과 인간관계에 노출되면서도 그 속에서 지혜와 자비를 키우고 실천할 수 있다면 진정한 보살의 길을 걷는 것이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오늘 출가재일을 맞이하여 내 인생의 삶의 목적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부처님 같이 살기 위해 나는 지금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 봅시다. 누구나 처음 시작할 때는 잘하려고 노력도 합니다. 그렇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언제 내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 조차 잊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얼마나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장사를 하건 정치를 하건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생각해 간직해야 합니다. 자신의 출세만을 위하는 우리 사회에 이제 진정한 초심으로 돌아가기 운동이 전개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출가일에 출가정신을 회복하는 길일 것입니다.

시골의 보건소나 병원에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보십시오. 무슨 생각이 듭니까? 의과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의사 분들이 첫 수업 시간에 맹세한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조금만 간직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우리 불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절에 신도가 되었을 때 마음먹었던 일들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학생이라면 입학 당시의 느낌을 간직해 보십시오. 정치인이라면 선거운동 당시의 한 표가 아쉬울 때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십시오.

《화엄경》에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便正覺)이란 말이 있듯이 우리는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순수했던 그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형식만을 중시하는 자세에서 이제는 내용을 채워가는 삶의 지혜를 터득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혼탁해져 가는 우리 사회를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 것입니다.

| 글쓴 날짜 | 2002-03-15 |

삼법인을 가훈과 좌우명으로 삼으십시오.

일반신도를 위한 이 달의 법문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