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 량 사 ▒▒

지옥문이 열리는 신비한 날, 우란분절

이 름	: 청량사	조회수	: 1046

홈페이지	:

첨부파일	: 없음

오늘은 우란분절(盂蘭盆節) 입니다.
여러분들은 불교의 사대명절을 알고 계시지요?
부처님오신날(4월 8일), 성도재일(12월 8일),
출가재일(2월8일), 열반재일(2월15일)입니다.
이에 못지않게 불교에서 중요한 명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음력 7월 15일인 우란분재일입니다.
백중날이라 하면 다 아시지요?
우리 민족 고유 명절인 백중과 만나서 퓨전 풍의 기념일이 탄생된 셈입니다.

# 목련존자의 가슴아픈 사연

신통제일인 목련존자는 자신의 신통력으로도
아귀도에 빠진 어머니를 구제할 수 없음을 알고 부처님께 도움으로 청합니다.
안거가 끝나는 스님들을 위해 7월15일에 청정하신 스님들께 공양을 베풀며
돌아가신 부모나 그리운 이들을 위하여 극락세계에 태어나도록 발원하며
재를 올리면 그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하자,
그대로 실행하여 어머니를 구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우란분재(盂蘭盆齋)의 시초이지요.

우란분은 인도말로 ‘울람바나(Ullambana)’인데
중국 사람들이 소리나는 대로 우란분(盂蘭盆)이라고 번역했습니다.
구도현(救倒懸), 즉 거꾸로 매달린 것을 구제한다라는 의미지요.
생전에 지은 무거운 죄업으로 지옥에서 거꾸로 매달려 심한 고통을 받을 지라도
이 날 시방의 스님들을 청해 모시고 맛있는 음식으로써 공양 올리면
그 공덕으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란분절에는 부처님의 십대제자 가운데
신통력이 뛰어난 목련존자의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져 있습니다.

목련존자는 출가하기 전에 왕사성의 부상이라는 큰 재벌의 아들이었습니다.
부상은 언제나 웃음 띤 얼굴로
어려운 이들과 도움이 필요한 곳을 잘 알아 보시하기를 즐겨했습니다.
왕사성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들어 죽었습니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 청제부인과 아들 나복은 재산을 정리하여
셋으로 나누어 하나는 집안 살림에 쓰고,
다른 하나는 매일 백 명의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데 쓰기로 하고,
다른 하나를 가지고 외국으로 장사를 하러 떠났습니다.

나복은 어머니를 존경하여 믿고 떠났건만
청제부인은 아들이 떠나자마자 코웃음을 쳤습니다.
안 그래도 남편 때문에 많은 재산이 스님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사라졌는데
아들까지 그렇게 하는 것을 보니 치가 떨렸습니다.
아들이 떠나자 모든 하인들을 불러다 놓고
지금부터 스님들이 와서 우리를 교화하려고 한다면
몽둥이로 쳐서 목숨이 남아있지 않도록 하라는 엄명을 내렸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가축을 많이 사서 살찌워 키운 다음에
때려죽이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며 먹기를 좋아했습니다.

삼 년 만에 나복이 돌아오면서 이상한 마음이 들어
하인을 시켜서 어머니가 어떻게 살고 계셨는지 알아보게 했지만,
어머니는 먼저 아들이 오는 것을 알고
마치 금방 재를 끝낸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아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의심한 것을 못내 죄송해서
집을 향해 천 배의 절을 하였습니다.
이것을 본 이웃사람들이 나복에게 청제부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고 있는데 마침 아들을 마중 나온 청제부인과 맞닥트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모면하고자 어머니는 아들과 남편을 위하여
스님들께 매일 공양을 하지 않았다면
일주일 안에 천벌을 받아 죽으리라는 맹세를 하고 말지요.
집으로 돌아온 뒤 어머니는 중병을 얻어 정말 일주일이 되자 죽고 말았지요.
나복은 어머니를 불쌍히 여겨 삼년간 지극정성으로 복을 입고 봉양했습니다.

그리고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 출가하여
나중엔 신통제일 목련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신통력으로 33천을 관하다가 화락천궁에서
아버지가 하늘의 복을 누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목련은 부처님께 여쭙니다.
“부처님이시여, 제 어머니께서는 세상에 계실 때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날마다 오백승제(五百僧齊)를 올려 선업을 지으셨는데
이곳에 안 보이시니 어머니가 간 곳을 일러 주십시오.”
“목련이여, 그대의 어머니는 세상에 있을 때 삼보를 공양하지 않고
욕심을 부렸으며 수미산만큼이나 많은 악업을 쌓았기 때문에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느니라.”
목련을 이 말을 듣고 땅에 몸을 던지며 슬피 울다가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아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찾아 지옥으로 떠납니다.

# 지옥에 계신 어머니

지옥은 처참했습니다.
큰 방아에 찧기어 몸이 천 토막으로 끊겨지며
피와 가죽이 흩어져서 하루에 만 번 죽고
다시 만 번 살아나곤 하는 모습에 기절할 것만 같았습니다.
이들은 전생에 짐승을 때려죽이며 고기 맛이 연해 좋다는 둥 하면서
웃고 떠들며 그 맛을 즐겨든 이들이 가는 지옥이었습니다.
아, 다행히 어머니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길을 가다 검수지옥을 만났습니다.
그곳은 칼이 돋아 있는 나무 끝에 중생들이 매달려
손으로 칼나무를 붙잡으니 온 몸이 모두 갈라지고
또 발로 칼날을 밟으니 사지가 모두 갈라졌습니다.

이들을 보면서 가슴 아파 우는 목련에게
지옥문을 지키는 이가 저들은 모두 전생에 인과를 믿지 아니하고
살아있는 짐승을 죽여 꼬치구이를 해 먹으며
웃고 방탕하게 살은 과보 때문이라고 일러줍니다.
그리고 개미와 벌레를 많이 죽인 죄 때문에 맷돌에 그 몸이 갈리는 석합지옥,
재물에 눈이 멀어 죽은 사람을 위해 재를 올리지 못하게 하고
삼보를 공경하지 않은 죄를 받아 커다란 배를 움켜잡고
배고픔에 몸부림치는 아귀지옥, 계란은 너무 많이 삶아 먹은 죄로
잿물 속에서 이리저리 밀려다니다 문을 만나 나가려고만 하면
문이 잠기는 고통을 겪으며 온몸이 다 타들어 가는 고통의 회하지옥,
짐승을 산채로 삶아 먹은 과보를 받는 확탕지옥,
살아있는 짐승의 골수를 많이 먹은 과보로 머리에 불 동이를 이고 있는
화분지옥을 헤매고 다녔지만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옥을 지키는 옥주에게 어머니를 찾아달라고 하자 아비지옥으로 가보라고 합니다.

아비지옥은 담장이 얼마나 높은 지 쳐다볼 수가 없었고
담장 위에는 네 마리의 큰 쇠로 된 개가 불길을 토하며 지키고 있었습니다.
목련은 그 앞에서 목 놓아 어머니를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다시 옥주에게 돌아와 사정을 말하자 그는 스님의 법력이 약해서 안 되니
부처님께 가서 도움을 청하라 일러 줍니다.
부처님은 목련에게 열두 고리가 달린 주장자와 가사와 발우를 줍니다.
이것을 가지고 지옥문 앞에서 주장자를 세 번 흔들면 옥문이 저절로 열리며
주장자의 고리가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지옥중생들은 잠시 휴식을 얻을 것이라고 일러 주셨지요.
드디어 쇠꼬챙이에 매달린 채 옥주 손에 끌려 나온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순간
목련은 그 자리에서 몸과 마음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그야말로 면회시간은 짧기만 한 지라 옥주가 모자의 상봉을 오래 할 수 없다며
빨리 헤어지지 않으면 죄인의 가슴을 창으로 찌르겠노라고 협박하며
어머니를 질질 끌고 가는데 그 모습을 보고 목련은 어찌 할 바를 모르며
기둥에 머리를 박고 울부 짖습니다

목련은 당장 부처님 앞에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지요.
부처님은 미간에서 다섯 가지 색깔의 광명을 놓아
지옥의 어둠을 깨트리자 어머니는 대지옥에서 나와 소흑암지옥으로 갔습니다.
어머니를 위해 여러 보살들과 함께 대승경전을 읽고 외우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자 어머니는 그곳을 떠나 다시 아귀지옥으로 왔습니다.
목련은 지칠 줄 모르며 또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해달라고 합니다.
부처님은 49개의 등을 켜고 뭇 생명을 놓아주고
당번을 만들어 걸면 아귀보를 벗어날 수 있다하자 그대로 실행합니다.
아귀 몸을 벗어난 어머니는 이제 개의 몸을 받았습니다.
왕사성에 살고 있는 개를 만나니 덜컥 사람의 말을 하는 것입니다.
목련은 지옥의 고통과 개의 몸을 받은 고통을 비교하면
어떤가하고 묻자 개는 차라리 계속 개로 살아갈 지라도
지옥이라는 이름조차도 생각하기 싫다고 두려움에 덜덜 떨며 말합니다.

# 대중스님들의 위신력으로

목련은 그래도 어머니를 위하여 부처님께 또 가서 매달립니다.
부처님은 악업의 뿌리에 깊이 얽혀 그대 한 사람의 힘으로는
그곳을 벗어나기 어려우니
오직 시방의 대중스님들의 위신력이라야 비로소 구할 수 있습니다.
칠월 보름날 하안거 해제 날 자자하시는 대중스님들께
7대에 걸친 부모와 현재의 부모, 그리고 지옥에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음식과 반찬과 다섯 가지 과일, 그릇, 향, 꽃, 등촉을 마련하여
깨끗한 그릇에 담아 가지고 사방에 있는 여러 큰스님들께 공양하라.
청정한 계행을 갖춘 스님들의 도는 그 덕이 바다와 같이 넓고 깊으니라.
이날 자자하신 청정한 스님들께 공양하면
스님들의 축원을 듣고 모든 조상들이 다 지옥을 벗어나
극락에 태어나게 되니 이 자비로운 공양을 일러 우란분재라 하셨습니다.
목련이 받들어 행하니 드디어
어머니가 개의 몸을 벗어나 도리천궁에 태어났습니다.

어떤가요? 한편의 아주 드라마틱한 소설을 읽고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까?
높은 지옥의 담장 아래서 목련의 애끓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어머니를 찾아 온갖 지옥을 헤매는 목련의 모습이 저절로 눈에 들어옵니다.
여러분은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들이 세상을 떠나 지옥에서 청제부인처럼
고통을 받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 누구라도 목련과 같은 마음을 내지 않을 수 없겠지요.

예전엔 이처럼 권선징악과 같은 교훈이 있는 경전을 커다란 걸개그림으로 만들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그림을 보며 법문을 하셨지요.
마치 무성영화시절, 변사처럼 재미난 이야기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편 것이지요.
요즘말로 말하자면 슬라이드 강좌라 할 수 있겠지요.
여기서 변상도란 회화양식이 탄생했고,
그 대사를 그대로 옮긴 것을 변문이라 하는데 여기서 강창문학이 탄생되었습니다.
들어보셨을 겁니다. 화엄경 변상도, 무랑수경변상도나 아미타래영도,
미륵래영도 게다가 제사지내는 영단에 걸린 감로탱화는
우리 살아가는 모습에서 죽은 영가의 모습과
아귀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져 있습니다.
가운데는 커다란 아귀가 배가 고파 불을 품으며
밥그릇을 이빨로 물어뜯고 있으며 죽은 이의 후손들이 스님들을 모셔
천도재를 지낼 준비를 하고 있는가하면
다섯 분의 부처님을 모시고 공양단을 차리기 위해
분주히 다니는 스님들의 모습과 서쪽하늘에선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 혹은 대세지보살이 깃발든 인로왕보살과 함께
영가를 데려가기 위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그려져 있답니다.

이런 그림을 들고 포교하셨던 스님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시지요.
경전은 이처럼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수식어가 하도 많아 어렵고 지루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의미와 진리를 찾아가는 삶의 모습은 정말 멋있습니다.

우란분재를 맞이하여 각 사찰에서 지장기도를 봉행하는데
그 때에 대승경전 가운데 금강경. 아미타경. 무량수경,
지장경을 택해 조상들을 위해 독송합니다.
특히 지장경은 천천히 그 의미를 되새기며 읽노라면
눈물이 앞을 가리게 되곤 합니다.
살아서 죄를 지으면 사회법에 저촉이 되어 죄를 받습니다.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죽어서는 자신의 업보 앞에 그야말로 만인이 평등합니다.
인과를 믿지 아니하고 저지른 악업이 과보가 되어
낱낱이 죄를 받으니 누구도 자신의 죄 앞에선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것이 바로 거꾸로 매달린 상태이지요.
죽어서 거꾸로 매달리는 과보를 받는다면 모든 것은 살아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바로 거꾸로 매달린 삶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에게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가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흔히 세상에 이름을 얻은 이나 권세를 누리는 이나,
재물이 많은 이를 보면 그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습니다.
물론 상대를 존경하고 흠모하는 마음으로 모이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신에게 이득이 있을 때라야 모이지요.
그러다 그의 권세가 다하면 바람처럼 사라지고 마는 것이 그런 까닭이지요.
오랫동안 우리나라 대통령의 아들들을 둘러싼 비리의 소용돌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게 구름처럼 모여들어 순식간에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릴 만큼
물질적인 유혹을 하며 머물다 사건이 터지면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부모까지도 그렇게 말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잘못은 어느 한사람에게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는 셈이지요.

진리를 보지 못하는 무명업장에 싸여 행복을 위해 살았던 그 시간이
오히려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모른 채
결국 내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고통을 자초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을 우리는 전도된 삶이라 합니다.

# 청제부인은 우리의 모습

목련존자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얼굴을 찡그리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하고 살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지요?
그러나 청제부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입니다.
평상시는 물론 심지어 기도 중에도 육식을 하며
보약이라 하여 개소주에 가물치에 사슴의 피도 서슴없이 먹는 이들도 있습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자의 어리석은 모습에 우리 자신도 스스로 놀랍니다.
지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할 수 없는
그런 잔인함과 부도덕함에 우리는 물들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갑니다.
이것은 인과(因果)를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단명하고, 어리석으며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언제나 중요한 일을 앞두면 일이 안 풀리고,
자식이 끔찍하게 속을 썩이는 것은 이런 악한 업에 대한 과보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지은 업을 생각하며 참회하기보다는
부모나, 남편, 아내, 자식, 친구에게 화살을 돌려 그들을 원망합니다.
어떤 이들은 기도의 가피가 없다는 둥,
나 혼자 부처님을 짝사랑하는 거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요.
누구와의 인연으로 내게 좋을 것이라는 바람을 버려야 합니다.
좀 더 나아가서 그들에게 내가 사랑스런 이가 되려면
항상 자비를 베풀며 존중해야 합니다.

금강경에서 ‘무주상보시를 행하라’는 것은
‘타인에게 나누어 준 것에 대해 상을 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조금 보시하고 그것을 빌미로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잘해줄 것인가에 대한
믿음조차도 가지지 않아야 진정한 보시라고 합니다.
그런 집착을 지니고 상대를 바라보면 언제나 또 다른 집착으로 연결되어
일이 점점 꼬여만 갑니다.
이런 바람을 놓을 때 우리는 거꾸로 매달린 상태의 삶에서
바르게 살아가는 부처님 세상을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인과의 감응이 없다면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어떻게 아들의 천도로 천상에 날 수 있었겠습니까?
인과를 믿지 않았던 청제부인은 이런 가르침을 알지 못했습니다.
죽은 후의 일을 알았다면 당연히 그리 살진 않았겠지요.

불교가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보편적인 차원에서
세속적인 효사상과 결합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에 전해지면서입니다.
우리나라도 부모에 대한 효를 중시하는 문화인지라
유교적인 윤리로만 한정지어 생각합니다.
특히 출가수행을 강조하는 불교를
불효의 종교라 하여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유교가 도를 닦아 모든 이들에게 공헌하여 이름을 후세에 남겨
부모를 즐겁게 하는 것이 효의 사회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의 출가수행은 자비정신을 구현하는 견성오도의 길이여서
부모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들의 이익을 위함이니
부모에 드리는 지상최대의 효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가자라 하여 골육지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집착하지 않고 열심히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어
중생에 회향하는 것이 출가자의 효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아버지이신 정반왕이 세상을 떠나자
몸소 향로를 들고 상여를 장지까지 인도했다고 하니
불교를 누가 불효의 종교라 감히 말하겠습니까.
출가하여 청정하게 살아가는 수행자의 부모는 물론 7대 조상까지
극락에 왕생하며 이것은 살아있는 부모에게도 적용되는 바라
불효라 할 수 없음을 반증하기 위해 《목련경》,《우란분경》이
널리 유포되기 시작한 것이 이런 까닭입니다.
인도에서 시작되어 중국과 우리나라를 거치며 효사상과 일맥상통하여
7월 보름날 모든 사찰에서 선망부모를 위한 천도법회가 봉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경에서는 효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옥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위해 목련이 보여준
질문과 행동은 효에 근본을 두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목련의 어머니를 구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을 보시고
고통에서 구원하기 위한 길을 열어 보이셨습니다.
그것은 부모대신 공덕을 쌓으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첫째는 굶주린 자를 먹이는 공덕,
둘째는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공덕,
셋째는 가난하고 외로운 자를 돕고 위로하는 공덕,
넷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청정한 수행자를 보호하는 공덕입니다.

이런 공덕을 지으면 지옥에 머물고 있는 조상들이
점차 좋은 곳으로 옮겨간다는 것입니다.
일생에 단 한번 천도제를 봉행해 놓고
당연히 돈 많이 들여 했으니 극락에 갔겠지 하는 생각은
부처님이 목련의 어머니를 지옥에서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옮겨준 것을 보면서 악업의 무게에 따라
재를 올려야 하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상근기 중생들은 한 마디만 듣고서도 다 깨닫지만,
하근기 중생은 모조리 가르쳐 주어도 여전히 모른다고 합니다.
마치 수업중인 교실에서 45명의 학생이 한 자리에서 공부를 배웠지만,
조금만 가르쳐 주어도 아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가르쳐주어도 모르는 아이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끝없는 무간지옥에서 쉴 틈 없이 고통을 받던 지옥중생들은
목련이 부처님의 주장자로 땅을 쳐서 지옥의 휴일을 만들어
고통이 쉬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 리가 없다고 하거나,
더욱 무서운 지옥으로 끌려 갈 것을 염려하여
지옥문 밖을 나서지를 못하는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이런 이들은 한번으로 천도가 되지 않으니
매년 7월 보름날 합동으로 지장기도와 더불어 천도재를 봉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은 백중일 이라 하여 세간에서 음식을 장만하여
조상에 제사지내는 것과 합하여져 우란분재의 의미가 많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영가들에게 음식을 차려 제사를 지내는 것에 머물기보다는
좀더 부처님 가르침에 가까이 가기 위해선 어리석은 생각으로
잘못 살았을 영가를 위해 그 어리석음을 깨우쳐주고
스님들께 공양을 올려 공덕을 심어
극락에 왕생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천도재입니다.

전국의 선방은 지금 수행중입니다.
여러분들이 지극한 효심과 신심을 발하여 영가를 위해
선방에 대중공양을 올리시는 것이 우란분재를 실천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어렵고 외로운 이들에게도 따뜻한 정성이 담긴 공양을 바치는 것도
이와 다를 바가 없겠지요?
극락이 멀지 않습니다.

“여기서 서쪽으로 십만억 불국토를 지나간 곳에 극락이라고 하는 세계가 있다.
거기에는 아미타불이 계시어 지금도 설법하고 계신다.
사리불이여, 저 세계를 어째서 극락이라 하는 줄 아는가?
거기에 있는 중생들은 아무 괴로움도 없이
즐거운 일만 있으므로 극락이라 하는 것이다.”

| 글쓴 날짜 | 2002-08-22 |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노년의 지혜를 얻자

사무량심으로 이어진 칠성신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