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 량 사 ▒▒

전통문화 속에서 살아 숨쉬는 불교

이 름	: 청량사	조회수	: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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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端午)날입니다.
단오명절을 떠올리자 어릴 때 그네 생각에
어느새 마음은 창공을 훨훨 날고 있습니다.
발아래 내려 보이던 숲과 멀리 보이는 마을의 정겨움에
가슴이 떨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혹여 그네 타기가 여자들만이 하던 놀이라고 여기는 분은 없겠지요?
『동국세시기』「추천」에 보면
“항간에서는 남녀가 많이 추천회(그네뛰기)를 한다.”고 나와 있는 걸로 봐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하던 놀이였다고 봅니다.

# 단오는 일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입니다.

옛날부터 수릿날, 중우절, 천중절, 단양이라 부르며
갖가지 행사를 성대히 하던 날이었습니다.
단오(端午)의 단(端)은 처음을 말하고 오(午)는 五,
곧 다섯의 뜻으로 통하므로 단오는 초닷새를 말하는 것이지요.
무더운 여름을 맞기 전에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른 단오차례를 사당에서 지냅니다.
옛날 중국 초나라 회왕 때 굴원이라는 신하가 간신들의 모함에 못 이겨
죽음으로써 자신의 지조를 보이기 위해 멱라수에 투신자살하였는데
그 날이 바로 5월 5일입니다.
그 뒤 해마다 굴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제사를 지내게 되었고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져서 단오가 되었던 것이지요.
물론 제사의 목적은 농민들이 그 동안 피땀 흘려서 가꾸어 놓은 농작물이
앞으로 잘 되게 해달라는 기원이지요.
국가에서 집전하는 선농제는 왕이 간략한 음식과 주안을 마련하여
성문 밖이나 명산대천에 찾아가 농민을 대신하여
지금까지 농민들이 피땀 흘려 가꾸고 자라게 한 농작물을
앞으로 하늘과 땅이 잘 돌보아서 충년이 들게 해달라는 행사이지요.
선농제가 끝나고 왕이 하사하는 온갖 음식으로 잔치를 여는,
군왕의 겸허한 행사는 농민의 사기를 높이는데 결정타인 셈이지요.
예전엔 볍씨를 직접 뿌려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못자리를 하는 바람에 단옷날이 결코 한가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참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농경사회 속에서 단오는 매우 특별한 날인가 봅니다.
『열량세시기』에 보면, 이 날 밥을 수뢰에 던져
굴원에 제사지내는 풍속이 있었으므로 수릿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산에서 자라는 수리취라는 나물을 뜯어 떡을 수리취떡을,
또 둥그런 모양의 쑥떡을 해서 먹기도 하는데
그 모양이 마치 수레바퀴와 같다하여 수리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지요.
수리란 우리말의 수레로, 높다, 위 또는 신이라는 뜻도 있어서 높은 날,
신을 모시는 날의 뜻도 됩니다.

단오의 풍속과 행사로는 창포에 머리감기, 쑥과 익모초뜯기, 부적 만들어 붙이기,
대추나무 시집보내기와 단오비녀꽂기, 그리고 그네뛰기, 씨름, 활쏘기 같은
민속놀이를 하루 종일 하며 즐겼다고 『동국세시기』는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궁중에서는 이날 제호탕과 옥추단, 애호(쑥호랑이), 단오부채 등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하사했습니다.
또한 단오 무렵에 공양에서는 대나무산지인 전주와 남원 등지에
부채도안 등 제작방법을 일러준 다음 부채를 만들어 진상케 했습니다.
이 부채를 임금은 단옷날 중신들과 시종들에게 하사하였다 하여
이를 단오부채하 하였습니다.

단오의 집단적인 민간 행사로 단오제, 단오굿을 하며
온 마을이 축제의 한 마당이 되곤 합니다.
민간에서는 이날 음식을 장만하여
창포가 무성한 못가나 물가에 가서 물맞이 놀이를 하며,
창포이슬을 받아 화장수로도 사용하고 창포를 삶아 창포탕을 만들어
그 물로 머리를 감기도 하지요.
그러면 머리카락이 소담하고 윤기가 있으며 빠지지 않는답니다.
몸에 이롭다 하여 창포 삶은 물을 먹기도 하고,
또한 단오장이라 하여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 삼아 머리에 꽂기도 하였으며
양쪽에 붉게 연지를 바르거나 비녀에 수, 복자를 써서 복을 빌기도 하고,
붉은 색은 양기를 상징해서
악귀를 쫓는 기능이 있다고 믿어 연지 칠을 어여삐합니다.

# 놀이로 하나되는 축제

이 날은 일년 중에서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며,
그 중 오시가 가장 양기가 왕성한 시각이므로
단옷날 오시를 기해 농가에서는
익모초와 쑥을 뜯어 가정 상비약을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여름철 식욕이 없을 때 익모초 즙을 먹으면
식욕이 왕성해지며 몸을 보호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오에 쑥떡을 해먹고, 오시에 약쑥을 한 다발 묶어 대문 옆에 세워두는 이유는
재해를 물리치고 벽사레 효험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궁중의 절기 음식으로는 내의원에서 옥추단과 제호탕을 만들어 바쳤는데
제호탕은 사인, 오매육, 초과, 백단향 등 한약재를 가루 내어
꿀에 섞어 달인 약으로 일종의 청량제이지요.
더위가 심하면 건강을 해치게 되므로
미리 예방하는 차원으로 마신 음료입니다.
옥추단은 일종의 구급약으로 여름철 곽란이 났을 때 물에 타서 마십니다.
임금이 이 옥추단을 중신들에게 나누어주는데
약에다 구멍을 뚫어 오색실로 꿰어 허리띠에 차고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급할 때 바로 쓸 수 있게 함이며
악귀를 막고 재액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관상감에서는 천중부적을 만들어 대궐 안의 문설주에 붙였다고 하는데,
이 부적은 불길한 재액을 막아준다 하여 사대부의 집에서도 붙였지요.
복록을 얻고 귀신과 병을 소멸하는 주문을 쓰거나
처용 상을 붉은 색의 주사로 그려 넣었습니다.

단오는 민과 관이 하나가 되어 그 해 농사가 풍년이 되길 기원하고 또한
모든 이들이 건강하게 한 해를 살아가기를 바라는 축제의 한마당인 것입니다.
세시풍속 가운데 단오만큼 갖가지 놀이를 하며
모두 함께 하나가 되어 기쁨을 나누는 명절은 없습니다.
오로지 단오만이 지니는 특별한 개성인 셈입니다.
이처럼 민속명절은 우리로 하여금 힘이 나게 하여
다음날 다시 고된 노동이 시작된다하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일 마음과 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불교는 한국민중들의 오랜 역사적인 전통양식을 형성하는데
여러 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불교와 관련된 풍속을 불교민속학적인 면에서 새로이 조명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불교가 어떻게 민중의 삶에 뿌리를 내렸으며
불교민속의 전승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모든 종교는 기존의 성격을 지니고
의례와 사상을 조금씩 자기화시켜 나가려는 습합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습합을 통해 외래 종교였던 불교는
점차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끄는 거대한 메카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세시풍속이 불교를 통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여 재창조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불교계 세시풍속과 농경의례

세시풍속은 연중 시절에 따라
관습적으로 반복되는 행사와 놀이 또는 의례를 말합니다.
옛날부터 세시, 세사, 월령, 시령 등으로 불러왔음을 염두에 둘 때,
해마다 민중이 생활에서 되풀이하는 연중행사
곧 민중의 생활사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세시풍속에는 풍속의 적층성으로 말미암아
민중의 신앙, 예능, 놀이 등이 주로 포함되어 있지요.
세시풍속의 불교민속학적 성격은 개인성이나 유행성에 있지 아니하고,
집단의 공감에 의해서 이루어진 신뢰성과 비문자성을 가지는 데에 있습니다.
전통사회의 세시풍속은 농경생활과 깊은 관련을 맺어왔고,
대다수 민중의 생활과 맞물려 왔기 때문에
그 실상과 내재적 의미를 분석하려면 종교적 측면을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세시풍속은 천체의 역법, 주기성에 의한 민속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에 따른 민중의 신앙적 대응을 주목해야 합니다.
농경사회의 세시의례는 기원의례, 생장의례, 수확의례 등
세 단위의 단계가 서로 맞물려 있는 행위전승이지요.
불교계 세시의례는 불교민속의 핵심으로 나타나며,
그 자체가 민중의 생활상 그 자체였습니다.

의례의 신앙적 요소는 민중의 잔존민속이든 문헌민속이든
과거 농경사회에서 불교의 의례현상과 밀접할 수밖에 없었지요.
한국불교에 있어 민중의 신앙형태는
농경사회가 필요로 하였던 신앙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민간의 세시의례는 농경사회의 필요에 따라 변해져 왔습니다.
불교 세시의례도 농경사회의 필요에 따라
그 모습이 농경의례에 많이 닮아 있습니다.
불교의 5대 명절에서는 사월 초파일인 불탄일, 이월 여드레의 출가일,
섣달 여드레의 성도일, 이월 보름의 열반일,
칠월 보름의 우란분재일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출가절, 성도절, 열반절은 사찰 내의 법회나 기도정진 등의
불교 내의 행사에 머물러 있어 일반 민간과 깊은 관련이 적습니다.
그런데 일반 민속에서는 정월과 관련된 다양한 풍속을 필두로 하여
이월 연등, 삼월, 삼짇날, 사월 초파일, 오월 단오, 유월 유두,
칠월 칠석과 백중날, 팔월 한가위, 구월 구일, 시월 상달, 동지 등
달 별로 다양한 풍속이 전해 내려옵니다.
이외에도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세시명절은 다양한 모습을 띠고 나타나는데
이 대표적 세시명절 가운데 불교와 민속이 결합된 것은
정월 보름의 다양한 민속현상 및 사월 초파일, 그리고 칠월의 백중일입니다.
이들 민속현상은 단순히 불교와 민속이 습합관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삶에 스며들어간 것입니다.

1. 정월의 세시풍속과 기원의례

정월의 설과 대보름 또는 그 전후에는
민속이 가장 다양하게 존재하는 시기입니다.
정월은 그 만큼 새해를 맞이하여 한 해의 풍요와 다산, 그리고 안정을 구하는데
농경사회에서 이 시기는 생산성을 기원하는 의례를 행하면서
고된 농사일을 하지 않고 쉬면서 다가올 농사일을 준비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선방을 제외한 일반사찰에서는
대중과 함께 나름대로 새해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불교의례가 전승되었습니다.
일반 민중들이 장승이나 솟대 앞에서 동제를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안의 내소사엘 가면 해마다 정월 보름에 주지스님이 동제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절의 앞마당과 입구에 거목인 할아버지당과 할머니당이 있어
동제를 지내면서 주지스님은 제관이 되고
제가 끝나면 주민들과 같이 음복합니다.
동제를 통해 마을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듦으로
불교와 민속이 자연스럽게 만나 의례화되어
호법수호와 기도발원의 기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또 사찰 장송 앞에서 섣달 그믐날 지내는 원앙제나
새해에 지내는 서낭제는 사찰과 마을의 질병을 막고
또한 젊은 승려와 노장승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상징적인 의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사월 초파일, 백중, 단오와 생장의례

사월초파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며 동시에
농경사회의 농한기에 실시하는 중요한 민속명절입니다.
사월초파일, 연등행사, 단오제는
농작물에 대한 풍요로운 성장을 소망하는 생장의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때에는 농사일에서 한숨 돌리고 나서
도시로 장터로 나가 여름채비를 하거나 구경을 하기에 적당하기도 합니다.
연등행사는 절을 중심으로 행해졌으나,
대도시에서의 연등행사는 축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등놀이가 불교의식과 결합하여 기원의례의 의미화로 나타나는데
일월등, 종등, 북등, 칠성등, 오행등, 동물형상등 다양한 모습을 통해
풍년을 기약하고 마을의 안녕은 물론
수복, 만세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단오제와 마찬가지로 농경의 생장을 촉진시키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으며,
이런 초파일 분위기 속에서 민중은 부처님과 천지신명을 아울러 즐겁게 하여
농사의 생장력을 강조하였고,
이런 민속행사를 통해 생산 활동에서는 활력소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백중은 하절기 농경리듬과 관련된 대표적 신앙절기로
민간에서는 농사를 끝내고 벌이는 칠월의 세시 날이자
불교의례의 조상 천도일에 백중에 행해지는 백중놀이는
호미씻이라고 하듯이 일꾼들이 논매기를 마치고 벌이는 축제입니다.
백중을 불교에서 효행화 방식을 이런 시기를 통해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지요.
칠석날 기도입제해서 보름날 회향하는 동안
민중의 삶과 함께 지속적인 원력의 실천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백중의 불교의례는 한 여름의 풍성한 과일을 부처님 전에 올리고
조상천도를 위한 기도의식을 함으로써
현재의 삶이 좀더 넉넉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단오날에는 요사이 각 사찰에서 둥근 부채에
마음을 다스리는 선화나 선시를 새겨 넣고,
합죽선이나 줄부채에는 반야심경을 새겨놓아 신도들에게 나누어줍니다.
더운 여름 날 마음도 몸도 지쳤을 때
시원한 바람과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이 상쾌함을 주는 것이
권장할 만한 풍속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 화엄사상의 영향을 받아 오악숭배를 하는데
주로 산신각에서 기도하거나
범어사 경우 범어사의 수호신인 시모영신 할머니를 기리는
제사를 봉행하기도 합니다.

3. 세시풍속의 순환양상과 불교적 성격

설날에는 법고를 두드리며 집집마다 방문하여 염불을 하며
권선하는 이른바 마을 놀이를 하는 ‘법고치기’는
사찰의 운영기금을 모으는 걸궁의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법고는 깨달음의 소리를 전하지요.
≪법화경≫의 <화성비유품>에서는 법고 소리를 들으면
마음에 일었던 파고를 잠재울 수 있다고 하듯이
법고로 무장한 중생을 제도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의 설법이 절정에 달하면
법고가 스스로 우는데 이는 불법의 마음의 병을 고쳐 준다고 해서
부처님을 의왕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의왕의 소리와 동격으로 의식하는 법고소리는
병을 고치는 치병의 힘이 있다고 합니다.

대보름날에는 겨우내 봉행한 기도를 회향하게 됩니다.
대보름의 달맞이를 불교적 시각으로 보자면,
달의 순환적 모습에서 불법의 깨달음을 비유할 수 있습니다.
달이 어둠 속을 거두어 가듯 불법이 인간의 무명을 제거하기도 하고
달의 생기가 있듯이 부처님의 가르침이 가슴에 스며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강강수월래, 달맞이, 답교놀이 등은
달을 중심으로 한 복전사상을 행위화한 전승물입니다.
달이 밝으면 노래나 춤을 통해 달과 같은 불법을 저절로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정법염처경≫<아수라품>에는 아수라가 등장합니다.
아수라는 욕심 많고 화 잘 내고 어떤 때는 아름다운 달 아가씨를 탐하기도 합니다.
달이 환한 얼굴로 웃을 머금고 하늘을 지나면
아수라는 탐심이 발동하여 손을 이마에 대고 달을 노려봅니다.
이 때에 아수라의 손아래 사는 사람들은 월식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수라의 그림자가 오래 지상을 가리면
땅이 메마르고 가뭄이 들며 사람들의 마음도 따라서 황폐해진다고 합니다.
아수라의 마음은 지상에 사는 우리의 마음과 비례하므로
달과 같은 순환적 자연계를 통하여 삶을 예감하려는 것입니다.

동짓날에는 신도들이 동지불공을 하러 절에 갑니다.
동짓날 절에 가서 일년 동안 잘못된 일이 있으면 부처님께 참회하고
잘한 일이 있으면 새해엔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이날 철야기도하고 나면 절에서 수계식을 겸해 불자들에게 새 이름을 내리는데,
이는 부처님 품안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절에서 행해진 세시풍속은
일반 세시풍속과 상당히 중복되면서도 정착되는 과정은 사뭇 다릅니다.
전통성과 사회성, 역사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주기성을 바탕으로 순환하는 전승제의가 주를 이루므로
본질을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절에서 불교의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종교성이 두드러졌고,
일본 마을에서는 세속화가 심화되어
불교적 세시 의례적 요소가 일탈된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 법고창신(法古創新)

이 말을 생각하면 ‘옛 것’이 처음 생겼을 때는
무엇을 법 삼아 생겨났을까 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됩니다.
법고에도 기울지 않고 창신에도 기울지 않으며,
지나친 법고와 창신을 모두 부정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삼아야만
우리 문화가 바로 설 것입니다.
진실로 옛 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할 줄 알고,
새 것을 창안해 낼지라도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전통의 계승은 연속적이지만 모든 전통의 계승이
반드시 연대기 순으로 이루어 질 필요는 없습니다.
시대를 뛰어넘어 이어질 필요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전통과 민속이 조선시대 후반기를 기준으로 하여
그 시대에 모든 것을 맞추려 합니다.
그러나 전통은 어느 한 시대에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끝임없이 변화를 하는 것입니다.
간혹 전통공예가나 단청장의 그림을 보면
조선시대에 발목을 잡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탱화도 시대적으로 조금씩 변화할 수 있으며 변화되어야 합니다.
49재나 천도재를 봉행할 때 거는 ‘감로탱’이란 탱화가 있습니다.
이 탱화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그 저승세계 한 자락쯤에 자리 잡고 앉아 극락으로 가는 길을 닦는
멋진 공연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깁니다.
그것은 이 탱화의 그림들은 시대가 점점 현대에 이를수록
등장하는 사바세계의 인물들이 한복에서 양장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전화 가설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며
거슬러 가서 임란직후면 전쟁장면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고 했습니다.
법도에 거슬리지 않으면서 전통을 유지, 계승, 발전시키고 전통문화를 사랑하며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법고창신이라 생각합니다.
사찰에서 행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민속명절의식을 살펴보면서
민중들의 삶 속에서 전통과 습합하고 다시 새롭게 창조해 나가는 점이
전통을 중요시하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아주 좋은 포교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글쓴 날짜 | 2002-06-16 |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햬치지 말라

팔정도를 수행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