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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회향의 공덕
회향, 일체 중생에게 공덕을 되돌림
회향이라는 것은 유위의 행을 한 후,
그 공덕을 ‘나’의 것으로 하지 않고
중생들에게 모두 되돌리는 것을 말합니다.
즉 행위에 대해 개인적인 ‘나’의 업(業)으로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 성품’의 작용으로 밝게 돌리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도나 참선, 보살행의 공덕 등 여러 수행의 공덕을
일체 중생의 공덕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시간적으로 보자면
지금 생활 속에서 짓고 있는 행위 자체가 그대로 수행입니다.
지금 자기 안에서든 밖에서든 일어나고 닥치는 일 모두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알고,
일체의 생활을 근본 자리로 되돌리는 것이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중도수행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치를 깨달아서 둘 아닌 실천을 하면
그것이 보살행이고 일체 중생이고 공덕을 되돌리는 회향인 것입니다.
일체 중생이 따로 있고 내 한 생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끊임없이 닥치는 일 자체가 원인이면서 결과인 것입니다.
선에서는 항상 시발점과 종착점을 동시에 같이 봅니다.
염주를 돌려 보면 염주를 돌리기 시작한 점이 바로 끝나는 점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공덕을 짓기 위해
회향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데 그것은 상이 붙는 것입니다.
무주상으로 해야 하는데 그것에서 어긋나게 되는 것입니다.
‘무주상으로 행어보시’하면 바로 생각을 내는 자리가 그대로 회향이 되는 것입니다.
그 말은 지금 중생심 그 자체가 부처의 마음이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선이라는 것도 지금 이 자리가 확연히
공이라는 사실을 체험하고 깨달아가는 것입니다.
육조 스님이 “번뇌가 즉 보리이니 앞생각이 미혹하면
중생이고 뒷생각이 깨달으면 부처“라고 말씀하셨듯이,
한순간 닥칠 때 미혹해서 중생심이 일어나 자기와 둘로 보고,
화내고 탐내는 어리석은 마음들을 한순간 깨달으면 그대로 부처의 자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일체를 근본으로 흔적 없이 회향하는 일이고,
무주상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회향, 지금 여기서 깨어 있기
연말이 되니 어떻게 하면 한 해의 마무리르 잘 할까 하는 생각들을 합니다.
한 해의 마무리는 이전에는 어떻게 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궁리해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깨어 있으면 됩니다.
1월이 가고 2월이 가고, 지금 12월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지어 놓은 생각일 뿐이지,
11월 태양.12월 태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순간마다 깨어 있어서 지금 일어나는 한 생각을
근본 자리로 잘 회향하면 저절로 한 해의 마무리가 잘 되는 것이지,
한 해를 다 보내고 회향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마다 고3학생들은 대학에 가기 위해 수학능력시험을 본다고 긴장을 많이 합니다.v
이때 공부한 것을 마무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무리 할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공부는 이미 예전에 순간마다 공부를 해 놓았으니,
지금은 그것을 잘 가져다 쓰기위해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혀 밝게 만들어서
자기가 해 놓은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방 안에 필요한 물품이 많이 있어도 정리를 제대로 안 해 놓거나
혹은 깜깜한 데서 찾으면 제대로 찾을 수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항상 깨어 있으면 밝고,
마음을 잘 정리해 놓기만 하면 시험 볼 때 필요하면 필요한 대로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닥쳐오는 일은 모두 결국 누구에 의해서 생긴 것입니까?
알고 보면 자기 스스로 낸 마음을 자기가 받을 뿐입니다.
자기 마음이 시발점이면서 바로 종착점인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마음을 낸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지금 오는 것이 마음에 맞는 것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업을 싫어하고 선업을 좋아합니다.
좋은 것에는 집착하며 머무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집착하고 정체된 마음은 썩게 마련이어서,
선업이라도 오래 붙들고 있므녀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일일 오더라도 붙잡지 말고 그대로 감사하게 근본에 놓고
생각하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누구에게 감사해야 합니까?
바로 자신이 낸 생각이 돌아서 나온 것이니까
자신한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참모십인 근본 성품에 말입니다.
악업이 다가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을 보면 그냥 이유 없이 밉고,
싫은 마음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것도 내가 낸 생각이 돌아서 다가 오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방을 미워한다고 착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누구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은
상대를 두고 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은 그것도 근본 성품에서 나온 것이므로
결국은 사진을 미워하는 격이 되는 것입니다.
무위법을 안 믿는 사람은 눈이 반쪽 밖에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
나무 잎사귀가 시들면 뿌리에 물을 줘야 하는데
그냥 잎사귀에만 물을 뿌리는 격이 되는 것이죠.
이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오면 자기 참마음에 입력을 다시 해야 합니다.
‘일체유심조’라고 하듯이 모든 것은 자기 마음에 달려 있으니,
일체를 다시 창조하면 되는 것입니다.
싫어하는 일이 있으면 그냥 그 마음에 붙어서 괴로워하지 말고,
상황을 바꾸면 됩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일체를 바꿀 수 있다는 자기 내면의 능력을 믿지 못해서
어려울 뿐이지 이치는 간단한 것입니다.
시간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시간을 수평이라 여기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과거와 미래는 우리 기억 속에 있는 것일 뿐입니다.
실재하는 것은 지금 이 찰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 이 순간 또한 빨리 지나가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시간은 지금 한 찰나의 점 속에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일이 현재로 귀결되었기에 과거도 현재도 존재하는 것이고,
미래에 있을 일을 현재에 입력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도 현재에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미래.현재의 결론은 항상 현재입니다.
사실은 현재도 공하기에 닥치는 모든 문제가 지금 마음을 내는 것으로 말미암기 때문에
지금 마음이 바로 결과이면서, 회향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이 한 생각에 과거도 자유자재하게 바꿀 수 있고,
미래도 자유자재하게 돌릴 수 있는 겁니다.
지금 한 생각에 자유로우면 과거.현재.미래가 다 자유스럽고,
지금 한 생각에 자유스럽지 못하면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다 엉키게 됩니다.
내가 없는 두려움을 넘어서
요즘 ‘웰빙(Well-being, 참살이 또는 잘 살기)'에 대한 말이 많이 나오더니
이제는 ‘웰다잉(Well-dying 잘 죽기)’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잘 사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더니
이제는 잘 사는 것 못지않게 잘 죽기 위한 방법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했나 봅니다.
잘 살기와 잘 죽기 또한 따로 있지 않습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순간마다 잘 죽으면서 살면, 죽을 때도 잘 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죽으려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다 놓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나는 부족하다는 생각’ 등을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 있는 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세포가 태어나고 또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끝없이 죽어가는 세포가 많이 죽지 않으려면
마음에 직찹하고 끝까지 살아있으려고 하면
그것이 뭉쳐져서 암세포가 된다고 합니다.
죽어야 할 때 죽지 않으려고 하면 결국엔 고통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취할 때가 있으면 버릴 때도 있어야 합니다.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삶과 죽음에 응할 때,
그때 우리는 여여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공부하다 보면 나라는 것을 벗어나기가 참 어렵다고 합니다.
‘내가 없어 지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나’라는 것은 항상 있어 왔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없어져 본 적이 없습니다.
한 번도, 그런데 잘 살펴보십시오. 자기라는 것이 있습니까?
실제로 자기라는 것은 없습니다.
고정된 어떤 실체도 없습니다.
이것을 확연히 깨달아야 되는데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내가 죽는다는 것은 ‘나’라는 게 없어지는 것입니다.
살아있으면서 자기가 없는 공포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죽음의 공포입니다.
스님들이 출가하는 것은 바로 그 죽음을 한 번 체험하는 것입니다.
출가란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놓고, 자기도 놓고,
살아있으면서 자기 없음을 택한, 죽음을 택한 길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출가한 스님이라도 잘못 사는 경우를 보면
‘왜 저러나’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지만,
스님이 살아있으면서 죽음을 택했던 그 첫 마음을 여러분은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내가 없다는 두려움을 한 번 겪는 사람들이니까요.
여러분은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공부한다고 하면서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 중 무엇이라도 놓으려고 합니까?
여러분은 다 잡고 있습니다.
하나도 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절에 다니면서 마음공부를 한다고 하면서도 바라는 마음을 더 챙겨 놓습니다.
물질과 마음은 둘이 아닙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항상 무엇을 가지고 가지요.
물질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여러분이 성스러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하시면서
얼마나 그 길을 진실로 가고자 하십니까?
예전에 어떤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극락세계에 가고 싶다고 하지만.
지금 아미타부처님이 나타나서 극락 가는 수레가 이것이니
빨리 타라고 하면 탈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지금 타라고 하면 타시겠어요?
다 떨치고 갈 수 잇는 사람이 몇 안 됩니다.
못 올라타는 겁니다.
‘적어도 가족은 보고 가야 된다’ ‘보지 못한다면 전화라도 하게 해 달라’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내일 가면 안 될까? 하고 머뭇거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정말로 여러분이 극락세계에 가고자 한 것이 맞습니까?
극락에 가는 일이 가장 급한 일이 아니었나요?
생과 사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합니다.
두 가지를 실감나게 느끼면 둘 다를 잘 합니다.
그런데 생의 의미도 사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고,
느끼지도 못하면 둘 다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죽음을 항상 머리에다 붙이고 살면 삶을 잘 살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정말 그렇게 됩니다.
죽음을 항상 머리에다 붙이고 살면 한순간도 헛되지 않고 멋진 삶을 살게 됩니다.
여기저기에서 다른 사람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 많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습이 돼서 그러는 것입니다.
동물로 살 때 서로 살아남으려고 경쟁하던 습이
사람으로서는 정신을 공격하는 습으로 남은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에 죽음을 바로 앞두고 사는 처지라면
그렇게 남의 얘기나 하고 다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죽음을 바짝 가까이에 두고 있으면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그렇게 순간순간을 산다면 당장 죽는다 해도 아무런 여한이 남지 않아서
죽는 것도 잘 죽겠지요.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 못한 사람들은
여한이 남아 죽은 다음에도 자식들 걱정으로
저 세계로 가지 못하고 집 주위에서 뱅뱅 돈다고 합니다.
본인은 자식이 걱정 되어서 가지 못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남아서 살아있는 사람들 이에 참견하면 그 집안은 더 안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서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 항상 일어나는 일들을 그때마다 근본 마음에 회향을 잘 하고,
내가 살아있으면서도 내가 없는 길을 선택한다면
삶과 죽음의 세계가 모두 풍요로워지게 됩니다.
그게 바로 내가 없는 무량공덕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리고 부지런하게 마음을 써야 합니다.
게으른 마음은 틈을 남기게 되어 항상 누구를 탓하게 됩니다.
누구를 집착하는 마음이나 사랑하는 마음,
증오하는 마음은 모두 게으른 마음입니다.
근본 마음에 회향하지 않는 집착이어서 항상 탓하는 마음으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부처 있는 곳에는 머물지 말고,
부처가 없는 곳은 더 빨리 지나가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식이라도, 도를 닦는 도반이라도, 법을 가르쳐주는 스님이나 스승이라도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사로이 집착하는 마음이 아니라 공적인 마음이어야
소원이 성취됩니다.
원래 일체 삼라만상이 공적이지 사적인 게 아닙니다.
법을 공적으로 작용하게 하면
모두 질서 정연하게 잘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공적으로 마음을 회향하면
곧바로 이루고자 하는 바가 성취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마음이 본래 물들지 않은
완전 무결한 마음이라는 걸 자각하고
내면의 본래 마음에 모든 공덕을 회향하는 삶을 살아 보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에게 닥친 가장 시급하고도 중대한 일이며,
이 세상에 태어난 본래 의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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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6-12-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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