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부모의 역할
부모가 자녀에게 해야 할 일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어느새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가을이 되었나 봅니다.
우리 불자님들, 한 여름 뙤약볕을 받으면서 알곡을 키우는 곡식들처럼
내면의 살을 많이 찌우고 있습니까?
오늘의 불자들의 가정생활, 특히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부처님의 말씀을 스님이 한 구절씩 선창을 하면 따라서 하시기 바랍니다.
부모도 다시 다섯 가지 일로써 공경히 그 아들을 보아야 하나니,
어떠한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 부모는 자녀에게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둘째, 부모는 자녀에게 남을 도우면서 하는 사는 삶의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셋째, 적성에 맞는 생업수단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넷째, 사랑하는 배우자를 맞이하여 가정의 보금자리를 꾸밀 수 있도록 돌봐주어야 한다.
다섯째, 적당한 때에 적당한 상속을 해 주어야 한다.
여섯째, 사회인으로서 훌륭한 인격자가 되도록 인도해야 한다.
선생(善生)아, 자녀가 그 부모에게 경순하고 진실하게 받들면
그는 안온하여 그 가정은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을 것이니라.
이 말씀은 《장아함경》<성생경(善生經)> 또는 <육방예경(六方禮敬)>,
팔리어로는 <싱갈라경>이라고 하는 경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말씀을 독송하고 나니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 하시겠죠?
오늘 법문을 이만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죠?
부처님 말씀은 이처럼 우리들이 수비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하고 있습니다.
제 말씀이 사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위 내용 가운데 오늘은 자녀의 모범이 되는 부모에 대해,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훌륭한 인격자가 되도록 하는
참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생활에서 모범이 되는 부모
“부모는 자녀에게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가정에서는 가족으로부터, 학교에서는 선생님으로부터,
그리고 이웃과 친척 등 많은 사람으로부터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 어릴 때 가정에서 받는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 SBS에서 방영한
<실제상황 토요일-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어린이 관련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한번쯤은 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심하게 떼를 쓰는 아이, 폭력적인 아이, 동생을 괴롭히는 아이,
어지럽히기만 하고 정리정돈 안하는 아이 등
부모를 힘들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들을 골라 소개하고 있더군요.
처음에는 걷잡을 수 없이 나쁜 습관을 가진 아이들이 나쁜 습관을 버리고
바른 아이로 변해가는 과정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더군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놀란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문제 아이들’ 뒤에는 거의 예외 없이
‘문제부모들’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부모의 잘못된 모습이나 양육태도가 아이들에게 잘못된 습관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정확하게 원인을 분석한 다음 제시한 개선 방안 역시 한결같이
엄마.아빠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내용이더군요.
또 하나는 참고삼아 말씀드리면, 막상 부모가 달라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너무나도 빨리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유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주변 자극을 통해
쉽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몇 개월, 몇 년씩 지속되어 왔던 고질적인 나쁜 습관들도 좋은 자극을 주면
놀랄 만큼 바뀐다고 합니다.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아빠가 놀아주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기적처럼 바뀌는 것을 매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볼 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을 이유 없이 비난해서는 안 되며,
그러한 아이의 문제 행동 뒤에는 부모의 적절치 못한 양육방식과
사회의 편견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부모는 자녀 앞에서 절대 나쁜 행동이나 타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바담 풍(風)이라고 하더라도 너는 바람 풍(風)이라고 해라’는 식의 말은
자녀에게는 통하지가 않는 말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자녀의 생활은 더더욱 부모를 닮게 마련이며,
결국 부모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 부모들은 자기 자신과 자녀는 별개라고 생각하고
자녀에게 바람직한 행동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자녀의 심성에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젖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생활태도 뿐만 아니라
사소한 행동에서도 철저하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녀는 부모 그림자를 보고 큰다”고 합니다.
부모는 자녀의 스승으로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 대부분이 자녀교육이 문제라고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부모가 얼른 부모로서의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생활을 하면서 잘못된 것을 배우고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사회의 어른인 우리들의 잘못된 생활이나 행동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자통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법규를 어기는 경우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술을 먹고 취해서 길거리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치면서 싸우거나,
집에 들어와서도 아내나 남편 또는 아이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요즘에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더군요.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번듯하게 결혼생활을 하는 기혼자가 따로 애인을 갖는 것이
보편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친구들이나 동창들 모임에 가면
“너는 아직 애인도 없냐? 애인이 있으면 생활의 활력소도 되고 얼마나 좋은데.”라는 말들을
노골적으로 주고받는다는군요.
그 사람의 말처럼 배우자를 두고도
다른 이를 만나는 외도가 보편화 되었다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여기 계신, 아니 우리 불자님들 가운데에는 그런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행동을 자녀들이 여려서 모르거나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그릇된 행위들이 모여 결국 사회의 비정상적이고
문화를 양산해 내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결국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잘못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들 개개인이 도덕적인 측면에서든 생활태도적인 측면에서든
모범을 보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만일 아이들이 이런 영향으로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따끔하게 꾸짖어서 바로잡아 주어야 합니다.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서도 그저 용서하고 넘어가는 것은 올바른 사랑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자녀교육
“사회인으로서 훌륭한 인격자가 되도록 인도해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셨을까요? 그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출가하시어 자녀들과 함께 살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외동아들인 라훌라를 사미로서, 출가자라는 집단사회에서 어떻게 교육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초기경전들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은 라훌라는 장난꾸러기여서 쟁쟁한 아라한 스님들을 포함한
많은 스님들을 황당한 말로 잘 놀리고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런 장난꾸러기 아들에게 엄한 경책의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해거름에 좌선에서 일어나셔서 라훌라가 있는 곳으로 가시자
라훌라 사미는 물 대야에 발 씻을 물을 준비하여 부처님께 가지고 갔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발을 씻으신 후에 물을 조금 남겨서 라훌라에게 보여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남아 있는 물이 보이느냐?”
"예, 보입니다.“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수치스러워할 줄도 모르면, 라훌라여,
온갖 악을 지음으로써 받지 않는 고통이 없을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마치 이 더러운 때를 씻은 물은 깨끗해질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리고 다시 조금 남은 물을 부어서 내버리신 후에 라훌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내가 이 더러운 물을 땅에 쏟는 것을 보았느냐?”
“예, 보았습니다.”
“알면서 고의로 거짓말하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도 이와 같이
버려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하여 대야를 뒤집어서 던져버리신 뒤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알면서 고의로 거짓말하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도
이와 같이 버려진 쓸모없는 대야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도 발 씻은 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아무도 발 씻은 물을 내다버린다고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발 씻은 하찮은 물 대야를 대동댕이친다고 해도 아무도 그것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거짓말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도 이와 같아서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이러한 사람을
발 씻은 물 만큼도, 발 씻는 물 대야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준엄하신 가르침입니다.
그런 뒤에 부처님께서는 다시 거울을 예로 들어서 이렇게 가르치셨습니다.
“라훌라야,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거울의 목적이 무엇인가?”
“비추어보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라훌라야, 그와 같이 거듭 비추어보고서 몸으로 행위를 해야 한다.
거듭 비추어보고서 말로서 행위를 해야 한다.
거듭 비추어보고서 마음으로 행위를 해야 한다.
다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가르치셨습니다.
“나는 이제 몸으로 행위를 하려 한다. 내가 행하려는 이것이 나에게 해약이 되지 않는가.
남에게 해악이 되지는 않는가, 둘 다에게 해악이 되지는 않는가?
이것은 해로운 행위라서 괴로움으로 귀결되고 괴로운 과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라고 반조해보고 몸과 말과 마음으로 행위를 하라.“
다시 부처님께서는 라훌라 사미에게 말씀하십니다.
“라훌라야, 만일 네가 그렇게 비추어보고서 ‘내가 이제 지으려는 이 행위는
나에게 해악이 되고, 남에게 해악이 되고, 둘 다에게 해악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해로운 행위라서 괴로움으로 귀결되고 괴로운 과보를 가져오는 것이다.‘라고 알게 된다면
너는 절대로 그런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
라훌라야, 만일 네가 그렇게 비추어보고서 ‘내가 이제 지으려는 이 행위는 나에게 해약이 되지 않고,
남에게 해약이 되지 않고, 둘 다에게 해악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유익한 행위라서 행복으로 귀결되고 행복한 과보를 가져오는 것이다.‘라고 알게 된다면
이런 행위는 해도 된다.“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자세하면서도 친절하게 라훌라에게 항상 거듭해서
비추어보고 반조해본 뒤에 행동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거울을 통한 이 가르침은 선(善, 유익함)과 불선(不善, 해로움)을 판단하는
판단력을 키워주는 것이라 봅니다.
이 판단력을 바탕으로 어떤 행위가 ‘나’에게 이로운가 아니면 해로운가를 판단하고,
어떤 행위가 ‘남’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해로운 행위는 엄격하게 절제하도록 하고 이로운 행위는 적극적으로 실천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자녀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발 씻은 물과 대야와 거울을 통해서 부처님께서는 외아들인 라훌라를 엄하면서도 자상하게
가르치신 이 법문은 오늘날 우리 부모들도 깊이 새겨봐야 할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자녀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따끔하게 꾸짖어서 바로 잡아 주어야 합니다.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서도 그저 용서하고 넘어가는 것은 올바른 사랑이 아닙니다.
자녀들이 자기 고집대로, 자기가 생각나 대로, 그때그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행동하도록
내버려두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내 자녀가 발 씻은 물이나 대야보다도 못한 인간이 되도록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봐야할 것입니다.
오늘 법문을 통해 현명한 부모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데 도움이 되셨습니까?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며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여야 합니다.
또한 양육하면서 부딪히는 많은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간절합니다.
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부모로서의 자신을 평가하고 성찰할 때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통해서 좋은 부모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
다.
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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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