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넘게 걸어 올라가야 하지만 청량사 어린이법회에는 매주 5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부처님을 만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어린이여름캠프 모습.

어린이 2명으로 시작해

SNS 통해 늘 소통하며

즐거움과 희망 선사하자

어린이 중고생 70명 넘어

 

아이 따라 절 찾던

부모도 불자로 ‘변신’

곳곳서 물 새던 법당은

법회 때 300명 가득 차

 

어린이 합주부에 이어

밴드 사물놀이도 결성

학부모도 밴드 합창단

만들어 매주 함께 연습

첩첩산중 해발 650고지에 자리잡은 봉화 청량사. 예전에 비해 사찰 주변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차장에서 40분 넘게 걸어야만 참배할 수 있는 도량이다. 게다가 봉화군 전체 인구가 3만4000여 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청량사가 위치한 명호면에는 지난 한해동안 태어난 아기가 단 1명에 불과할 만큼 포교환경이 열악한 곳이다. 하지만 청량사는 농촌포교의 모범사례로 늘 손꼽힐 만큼 여느 사찰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갖추고 있다. 매주 일요일이면 70~80여 명의 아이들이 청량사 어린이법회와 중등부법회를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도심사찰마저 어린이법회가 사라지거나 참여인원이 줄고 있는 현실과는 대비되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1986년 청량사 주지로 부임한 지현스님은 곧바로 어린이포교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 초반부터 논산과 서울, 성남 등지에서 어린이포교를 펼쳤던 지현스님이지만 청량사의 제반여건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지현스님은 ‘신자들이 찾아오기가 힘들다면 내가 마을로 내려가면 되지’라는 생각에 매달 음력 8일 약사재일 법회를 제외하고는 산문을 나선 뒤 마을에서 법회를 열었다.

먼저 영주불교사암연합회가 활용하지 않고 비워뒀던 불교회관을 빌려 어린이법회와 노래교실, 금요법회 등 ‘찾아가는 법회’를 열었다. 이어 봉화군 재산면의 새마을회관을 임대해 불상을 모셔놓고 어린이법회를 올렸다. 찾아가는 법회는 곧 대박이 났다. 교회 목사의 아들은 물론 재산초등학교 전교생이 어린이법회에 나왔다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밤에는 마을주민 70~80명이 새마을회관을 찾아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른 아침부터 절에 나선 지현스님은 밤 9~10시가 돼야 절에 되돌아오는 강행군을 이어갔지만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마을주민을 실어 나른 30여 대의 경운기 엔진소리가 법고소리보다 더 좋았다고 회고할 만큼 신바람나게 포교에 매진했다. 하지만 몇 년 뒤 새마을회관이 철거되고 면 회관이 들어서면서 이곳에서의 종교활동이 허락되지 않아 재산면의 찾아가는 법회는 막을 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돌파구가 보였다. 주말마다 자녀와 함께 청량산도립공원을 찾는 등산객을 지켜보며 ‘이게 곧 틈새시장이구나’라는 생각에 곧바로 청량사에서 어린이법회를 열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청량사에서의 첫 어린이법회 참가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지현스님은 매주 일요일 오전10시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절 입구에서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4세 꼬마 아이부터 고2 학생까지 어린이법회와 중등부법회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는 지현스님은 이름을 불러주며 따뜻하게 안아주며 맞았다. 또한 아이들과 즐겨 이야기를 나누고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늘 소통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휴대전화 벨이 울릴 때마다 지현스님의 얼굴이 떠오르게 설정해 놓도록 유도했다. 스님이 자신들에게 올인한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스님이 어려운 사람이 아닌 늘 보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끊임없이 투입했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상담하면서 아이의 상태를 파악한 지현스님은 이를 바탕으로 자모들과 소통함으로써 신도 가족간의 화목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같은 끊임없는 관심과 소통을 통해 어린이법회에 참가한 어린이가 주변 친구와 형, 동생들에게 법회 참가를 권유하는 등 입소문을 타면서 법회 참가자 수가 점점 늘어났다. 영주와 안동에 사는 어린이가 청량사 어린이법회를 참가하기 위해서는 아침 7시에는 일어나야 함에도 법회 참가 인원은 하나, 둘씩 꾸준히 늘었다.

청량사 어린이법회는 매주 일요일 오전10시 어린이가 직접 목탁을 치며 스스로 예불을 올린다. 지현스님의 법문은 최대 5분을 넘기지 않는 대신 ‘좋은벗 풍경소리’가 제작한 새로운 찬불가를 매주 한곡씩 배우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접하고 있다. 미취학아동은 예불 후 사찰주변을 뛰어놀며 현장체험을 한다. 점심공양 후에는 사물놀이와 밴드, 합주부 연습 등 각자 문화동아리활동을 체험한다. 3년 전 어린이법회 출신 중학생 7명으로 시작한 중등부 법회도 현재 20명이 넘는 중고생이 나오고 있다. 매주 어린이법회와 중등부법회에 70명이 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청량사를 찾고 있는 셈이다.

또한 부처님오신날에는 청량사 참배객들을 위해 아이들 스스로가 솜사탕과 아이스크림 나눠먹기, 염주만들기, 컵등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름캠프와 수학여행, 송년법회, 크리스마스 촛불대잔치 등을 특별활동으로 열고 있다.

아이들이 청량사 어린이법회를 빠짐없이 나가고 아이들의 생활이 바뀌자 학부모도 자연스레 절에 나오기 시작했다. 강릉으로 휴가를 떠났던 김규범 어린이는 어린이법회에 참가하기 위해 부모를 졸라 중간에 청량사에 왔다가 다시 강릉으로 돌아갈 만큼 어린이법회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아버지가 상주로 직장을 옮겨 이사를 가야했던 안지현 어린이는 이사를 가면 어린이법회에 나갈 수 없다며 부모를 설득해 이사를 가지 않기로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단1번도 결석을 하지 않은 어린이가 5세 어린이를 포함해 2명, 1번 결석자가 4명, 2번 결석자가 3명일 만큼 아이들의 어린이법회 사랑은 남달랐다. 

  
청량사 어린이법회 회원들로 결성된 ‘어린이밴드’가 펼치는 공연 모습.불교신문 자료사진

일요일이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에 가겠다고 나서는 통에 부모들도 반신반의하며 따라 나섰다. 지현스님은 학부모들을 모아 ‘자모회’를 결성한 뒤 매주 일요일 어린이법회와 중등부법회가 열릴 때마다 심검당에서 차 수업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불자로 변해갔다. 자모회 회원들이 카풀로 아이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등 어린이법회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지난해부터 일일찻집과 올해 부처님오신날 차 판매, 자판기 운영 등을 통해 마련한 수익금을 영주와 안동, 봉화지역 모든 초등학교 졸업식 때 20만원씩 장학금을 수여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자비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현스님은 자모회가 제자리를 잡아가자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악기연주와 합창단 결성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법회 어린이 42명으로 합주부를 만들었으며 악기 연주가 탁월한 7명의 어린이는 별도로 ‘어린이밴드’로 묶어냈다. 중등부법회 중고생 전원이 기타를 배울 뿐만 아니라 이 가운데 5명은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꼬마풍경 사물놀이패’로 활동중이다. 또한 자모회 회원 7명으로 ‘둥근소리밴드’를 결성했으며 자모회 회원이 주축이 돼 청량사 신도들과 함께 ‘둥근소리합창단’도 만들었다. 밴드들은 안동시내에 10평 규모의 전용 연습실을 갖춰놓고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합창단과 밴드, 사물놀이패 등은 지난 6월 영주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연주회를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대중들에게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청량사의 자랑인 산사음악회와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등 사중 행사는 물론 예천 등 인근지역의 지역축제에까지 공연을 펼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찰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법회 지도교사 초빙은 신도 자녀 가운데 교사를 적극 유입해 불교와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주며 활동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지금은 어린이법회 출신들이 지도교사를 맡으면서 지도교사 초빙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됐다.

어린이법회로 지역포교를 시작한 청량사는 사격을 일신할 만큼 큰 효과를 거뒀다. 어린이법회가 계기가 돼 곳곳에서 물이 새던 법당에는 약사재일 법회마다 300명이 넘는 불자가 찾고 있으며 자모회를 통해 신도층도 젊어졌다. 한국불교의 미래 동량을 키우는 어린이포교가 곧 사찰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현스님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청량사 주지 지현스님

‘사찰’이 곧 ‘우리집’이 돼야

“시골의 산중사찰에서 30대 연령의 불자를 만들기란 하늘에 별따기일 만큼 어려운 게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사찰이 재미있고 스님을 다시 보고 싶게 만들어 간다면 분명 큰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각 사찰마다 여건이 다르지만 상황에 맞는 방편을 찾아나간다면 불교의 미래는 훨씬 희망적일 것입니다.” 지현스님은 신심과 원력을 갖고 펼치는 어린이포교는 분명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지현스님은 한 아이의 SNS를 지켜보며 일요일에는 ‘우리집인 청량사’에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카카오스토리를 하다가 어린이법회 어린이가 학교 친구와 나눈 대화를 엿보게 됐지요. 일요일에는 우리집에 가야해서 약속을 잡지 못한다고 했는데 조금 밑에 보니 그 우리집이 바로 청량사라고 소개하는 글이에요. 아이들에게는 일요일이면 사찰이 곧 우리집이 되지만 어른들은 한달에 한번조차 찾지 않는 게 대다수지요. 누구에게나 편한 우리집이 되도록 저를 비롯한 불자 모두가 더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청량사의 성공사례를 설명하면서도 지현스님은 관광지 사찰들이 가족화장실과 기저귀교환대 설치, 모유실 운영 등 사찰을 찾는 이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린 자녀와 사찰을 방문하게 되면 불편한 게 많지요. 저도 기저귀를 갈 때가 없어 쩔쩔매던 젊은 엄마를 보며 아차 싶었어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사찰부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보인다면 큰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불교신문3034호/2014년8월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