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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필까, 잎이 질까.....
이    름 : 세계일보 조회수 :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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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필까, 잎이 질까 …

가파른 산비탈 위 오밀조밀 아담한 전각들
뒤로는 장대한 봉우리 병풍처럼 둘려 있어
최치원·퇴계 이황… 많은 선인들 자취 남아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필까 잎이 질까/ 아무도 모르는 세계의 저쪽/ 아득한/ 어느 먼나라의 눈소식이라도 들릴까/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저녁 연기 가늘게 피어오르는/ 청량의 산사에 밤이 올까/ 창문에 그림자/ 고요히 어른거릴까”

경북 봉화 청량산의 청량사 입구에 자리한 ‘안심당’이라는 찻집에는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라는 서각이 걸려 있다. 청량사 주지 지현 스님이 지은 시의 제목이다. 구체적인 의미를 풀어 내기는 어려워도 서각 아래 현판에 붙어 있는 이 시구를 되뇌다 보면 어느새 가을 산사의 고요하고 평온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든다.

청량산의 청량사. 그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청량’해지는 절집이다. 청량사는 매년 10월 초 열리는 산사음악회로도 익히 알려진 곳이다. 가을이면 전국의 여러 산사에서 열리는 음악회의 효시격인 행사다.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에 닿으면 이제부터는 가파르고 험한 비탈길이다. 사고 위험이 있어 일반 승용차의 운행은 금지돼 있고, 다리 품을 팔면 30분 정도 산길을 올라야 한다. 이 길은 워낙 가팔라 청량사에 앞서 응진전을 먼저 들르게 되는 입석 쪽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운 좋게 절집으로 오르는 사륜구동 자동차를 얻어 타고 절집에 올랐다.

차길이 끊어지는 지점부터 침목을 깔아 정갈한 느낌을 주는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여기서 청량사의 색다른 매력을 맛보게 된다. 대개의 산사는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조망으로 기억되지만, 청량사는 아래서 올려다보는 풍경부터 인상적이다.

경북 봉화 청량산 청량사에 들면 처음 만나는 전각인 안심당과 범종루. 가파른 비탈길에서 올려다 보면 그 뒤 장대한 봉우리와 어우러져 빼어난 정취를 빚어낸다.
청량사에 들면 만나는 첫 전각이 안심당, 바로 그 위가 범종루다. 가파른 산비탈에 나란히 두 건물이 서 있고, 멀리 뒤로 기골이 장대한 연화봉이 병풍처럼 둘려 있다. 안심당과 범종루 옆에는 속을 파낸 통나무를 층층이 연결해 놓았고, 그 사이로 약수가 흘러 내려간다. 이것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유리보전, 선불장, 심검당 등 청량사의 주요 전각을 만나게 된다. 모두들 가파른 산비탈에 돌담을 쌓고 어렵게 건물을 들일 공간을 확보한 터라, 전각들은 하나같이 아담하고 검박하다. 유리보전 앞에 서면 눈앞에 5층석탑, 그 뒤로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금탑봉 등 이 일대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풍경도 일품이지만, 청량산의 제일 비경은 금탑봉에서 만나게 된다. 청량사 옆으로 난 호젓한 길이 금탑봉으로 이어진다. 퇴계 이황이 만년에 ‘도산십이곡’을 집필했다는 ‘오산당’과 그 옆의 또 다른 찻집 ‘산꾼의 집’을 지나면 청량산 최고의 전망대라는 ‘어풍대’가 나온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자리한 어풍대에 서면 연화봉 아래 짙푸른 숲속에 안겨 있는 청량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풍대에서 조금 더 가면 신라의 문장가 최치원이 즐겨 찾았다는 ‘고운대’다. 표지판이 워낙 작고 따로 전망대 시설이 갖춰지지도 않았지만, 이 작은 바위에 서서 바라보는 전망은 어풍대 이상이다.

안심당 앞의 속을 파낸 통나무들. 층층히 연결해 물이 흘러가도록 했다.
산모퉁이를 몇 번 더 돌아가면 금탑봉의 거대한 바위 아래 작은 암자 하나가 매달리듯 들어서 있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응진전이다.

예로부터 ‘작은 금강산’으로 불린 청량산에는 수많은 인물의 자취가 남아 있다. 응진전 옆 바위샘인 총명수는 최치원이 수도에 정진하며 마셨다 하고, 신라시대 명필 김생이 글씨공부를 했다는 굴도 있다. 고려시대 공민왕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청량사로 피난 왔다.

청량산에 가장 많은 족적을 남긴 이는 이황일 것이다. 이황은 대부분의 삶을 청량산 자락에서 보냈고, 스스로의 별호를 ‘청량산인’이라고 짓기도 했다. 봉화의 남쪽 끝에 자리한 청량산은 바로 아래 안동에도 산자락을 걸치고 있다.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와 단천리에는 길이 약 3㎞에 이르는 퇴계의 산책로인 ‘예던 길’이 남아 있다. ‘예던 길’은 ‘가던 길’을 뜻하는 옛말이다. 청량사를 찾았다면 안동으로 넘어가 ‘예던 길’까지 걸어봐도 좋을 듯싶다.

응진전에서 다시 청량사로 돌아와 산아래로 내려오는 길, 땀도 식힐 겸 안심당에서 맑은 차 한잔을 마셨다. 유리보전 처마에 매달린 풍경에서 바람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청아하다.

봉화·안동=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글쓴 날짜 | 2013-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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