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1시간 타고가 다시 1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봉화산골 청량사 일요일은 도심의 초등학교가 옮겨온 것 같이 어린이들로 붐빈다.

1만명이 참석하는

산사음악회에는

3가지가 없다

초청장과 기관장 인사

자리 배정…

 

반면 1시간 이상 버스 타고

내려서도 1시간을 걸어야 하는

이 산골 어린이법회에는

50여명이 북적인다

산골에선 엄청난 인원이다

 

게다가 어떤 어린이는

일요일엔 이곳이

‘자기 집’이라 한다

왜 그럴까 … 

   
 

청량사 지현스님을 만나러 갔다. “스님, 빈손으로 왔습니다.” “어차피 빈손입니다. 어서 오세요” 환하게 웃는 모습은 늘 그대로다. 여름날 땀 흘리며 올라오느라고 수고했다며 내어주시는 차가 하필이면 쓴 맛이 나는 고차(苦茶)다. 인생의 쓴맛을 생각하라는 뜻인가…. 하지만 뒷맛은 달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밤늦도록 청량한 기운을 즐겼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탑전으로 내려가 참선을 했다. 참선도 참선이거니와 내심 다른 욕심이 있었다. 탑전에서 새소리 명상을 하고 싶어서다. 이곳에서의 새소리 명상은 일생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새들도 저녁에는 대부분 잠을 자고 새벽에 깨어난다. 새벽 새소리를 잘 들어보면, 새벽시간 어느 시점에 한 마리의 새가 마치 신호라도 하듯이 ‘호로록’ 소리를 낸다. 잠시 후 이 첫 새소리를 시작으로 모든 새가 일제히 노래를 시작한다. 한 순간이지만 분명하다. 고요함이 황홀함으로 꽃을 피우는 순간이다. 이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새벽에 깨어 있어야 한다.

 

   
2명에서 시작해 50여명이 되기까지 20여 년 간 함께 한 스님 덕에 이젠 어린이법회 출신 불자들이 어린이들을 서울로 바닷가로 초청해 스님과 함께 현장법회도 할 수 있게 됐다.

산사음악회로 유명한 몇 곳의 사찰을 꼽는다면, 그 중에 첫 번째로 청량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일찍 시작하기도 했지만 내용과 형식면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이제는 봉화 하면 청량사 산사음악회가 연상될 정도이다. 청량사를 가본 사람들은 청량사가 넓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첫해에 3000명이 함께 하였고, 이제는 1만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 비탈지고 좁은 터라는 열악한 환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골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그들이 관객의 입장을 넘어서서 산사음악회를 함께 가꿔간다는 자부심으로, 행사 당일의 질서유지라든지 홍보 등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출연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행사를 개최하는 취지를 늘 돌이켜 생각하고 차분하고 꼼꼼하게 준비한 탓도 있겠지만, 그때그때 마다 욕심을 내려놓는 끊임없는 깨어있음의 결과이리라. 이런 모든 일의 바탕에는 주지 지현스님의 원력이 있다. 필요할 때 산사를 기꺼이 문화공간으로 사회에 회향하고자 하는 염원은 음악회뿐만 아니라, 지역문화인을 중심으로 시화전, 유화전, 사진전, 시낭송회, 닥종이인형전 등 여러 가지 문화행사를 함께하고 있다. 이런 문화행사는 불교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불교정신을 널리 퍼트리는, 이 시대에 꼭 맞는 문화포교가 되는 셈이다. 해마다 시의적절한 주제를 정하고 음악회를 하는데, 몇 해 전에는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으로, ‘자비와 사랑’이라는 주제로 평화를 염원하는 노래를 함께 불러서 많은 호응을 받기도 하였다.

   
유리보전(琉璃寶殿)을 중심으로 본 도량.

청량사 산사음악회에는 3가지가 없다. 초청장 없고, 기관장 인사 없고, 자리 배정 없다. 주지 스님만 마지막에 나와서 감사의 인사와, 내려가는 길이 비탈지니까 조심해서 잘 돌아가시라고 1분 인사한다고 한다. 화려함을 넘어 의식을 고양시키기까지 하는 음악회에 윤도현은 ‘상상이상의 잊을 수 없는 무대’라고 하였다. 가을이 다가온다. 벌써부터 1만명의 가을사람들이 봉화 청량사 산사음악회를 기다린다.

 

주지 스님이 산사음악회를 비롯한 여러 가지 행사 중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어린이포교다. 청량사는 도심과는 거리가 한참 떨어져 있어, 어린이 포교에는 매우 불리한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조계종단에서 인정하는 ‘어린이 청소년 포교 중심도량’이다. 청량사 주변 영주, 안동, 봉화로부터 대략 1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가야 하고, 버스에서 내려서도 1시간 이상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한마디로 심심산골에 있는 사찰이다. 산골에 있는 사찰에서 어린이 포교를 한다는 것은 상상이 잘 안 된다. 하지만 일요일마다 많게는 50명의 어린이들이 매주 빠지지 않고 일요법회에 모인다. 어떤 어린이는 일요일엔 청량사가 자기 집이라고 말하기도 한단다.

아이들이 버스를 1시간 이상 타고 오고, 다시 걸어서 1시간을 올라오는데도 매주 법회에 참석 하는 것은 주지 스님의 어린이법회에 대한 원력이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 처음 어린이 법회를 시작할 때에는 2명이 참석하였다고 한다. 이제는 어린이 법회를 졸업한 그들이 어엿한 어른이 되어 그들의 후배들을 서울로 초청하여 영화관, 박물관, 연극공연에 데려가고 관광을 시켜주고 있다고 한다. 또 아이들의 엄마들로 구성된 자모회, 아빠들은 연주단을 결성하여 어린이 법회를 돕고 있다. 올 가을 산사음악회 때 아이들은 사물놀이로 출연하고, 엄마들은 합창, 아빠들도 첫 연주를 할 계획으로 열심히 연습 중이다. 

   
한 번 가 본 이들에게 그 먼 청량사도 엎어지면 코가 닿을 것같이 가깝게 다가온다.

스님은 아이들에게 부처님이 무섭지 않고, 스님들이 무섭지 않으며, 부처님께 3배하는 인연만 지어 놓으면, 아이가 자라서 종교를 선택할 때, 저절로 불교를 선택하도록 훈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친구를 데려 와서는 법당에서 3배하는 법을 가르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부처님께 한없는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국에는 불교가 있고, 불교에는 어린이법회가 있다. 20년을 내다보고 어린 새싹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 이것이 미래세대에 대한 불교의 희망이다.

[불교신문2937호/2013년8월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