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근대 국가권력에 의한 초유의 불교탄압사건인 10.27법난. 1980년 10월27일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란 미명 하에 최대 종단인 조계종 스님 1776명을 강제연행해 고문과 가혹행위를 저지른 일이다. 군부정권에 대해 비협조적이었던 당시 총무원장 월주스님과 집행부에 대한 위정자들의 부정적 평가가 발단이 됐다. 올해로 32주년.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불교가 입은 극심한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다. 피해보상의 주체와 구체적 내용이 빠진 현행법의 맹점이 핵심적인 걸림돌이다. 국가권력의 불법행위에서 야기된 재앙인 만큼, 국가가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르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법난 32주년을 앞두고 전현직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심의위원장 스님들에게서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한 해법에 관해 들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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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現 위원장 지현스님
“올해 안에 법을 고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스님은 지난 9월25일 국무총리 소속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법난위원회) 신임 위원장에 선출됐다. 위원장 취임 후 한 달 남짓, 업무파악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의 음해로 인해 종단이 극악무도한 부도덕 집단으로 매도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게 스님의 단언이다. 한국불교 전체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단호했다.
- 10.27법난에 대한 피해보상과 명예회복이 종단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당시 1776명의 스님이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갔다. 무고한 수행자에게 자행한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10.27법난은 한국불교 전체를 표적으로 삼아 저지른 군사정권의 폭거였다. 신군부를 비호하던 중앙의 모든 일간지가 사건을 집중 보도해 신성한 종교 교단을 ‘부패집단’ ‘폭력집단’ ‘비리집단’ ‘사이비집단’으로 전락시켰다.
내가 믿고 따르던 교단이 무뢰배들의 소굴이라는데, 스님들과 신도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이 얼마나 컸겠는가. 군사 정권은 불교계를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였고 언론이 그대로 보도함으로써 그 결과 모든 스님들은 물론 신도들에 이르기까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입었다. 스님 개인을 넘어 종단과 구성원 모두에 대한 보상은 당연한 귀결이다.”
- 현행법 개정을 위한 활동이 종단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종단 차원에서 현재의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등에관한법률’의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하여 법률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 6월30일 부로 법난위원회의 활동 종료가 예고돼, 진실이 이대로 묻혀버리리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유효 기간 폐지는 진상규명의 조건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해줄 것이다. 총무원 기획실과 공조하고, 불자 국회의원 모임인 정각회와 원활히 소통하는 중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법을 고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 조계종 중앙종회가 법률 개정과 함께 위원회 내 파견 근무 중인 현역 군인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중앙종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함에 따라 총무원 집행부는 위원회 사무 조직에서의 현역 군인 철수를 국방부에 공문으로 요구한 상태다. 10.27법난은 군인들에 의해서 발생한 일이다.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이끌어가야 할 사회적 질서를, 군인들이 주체가 되어 군인들의 시각과 방식으로 좌우하려고 했던 것이 그 당시의 상황이었다.
우리 모두가 뼈저리게 깨달아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그리고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역사를 바로잡고 합당한 책임과 보상을 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현역 군인들이 스님들과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피해 조사.명예 회복 등의 실무를 담당하고 위원회를 보좌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종단은 이러한 판단을 한 것이다.”
- 법난위원회가 출범한 지 4년이 되어가지만, 문제해결은 아직도 답보상태로 보인다.
“최근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위원회는 물론 종단 차원에서도 책임감을 느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위원회가 그동안 해 온 여러 활동들과 성과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실타래를 풀어가듯 차근차근 현안에 대응하다보면, 의외로 진전이 빠를 것이라 본다. 법난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위한 활동은 우리 사회의 진실과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정진이기도 하다. 현재 역사교육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권력의 부당한 폭력에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취지에서 교과서 기재도 검토해 볼만 하다.”
사진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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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위원장 영담스님
“정부와 대등한 관계에서 치밀하게 대응해야”
지현스님의 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위원직을 사퇴한 전임 위원장 영담스님. 법난의 진실을 최대한 줄이고 감추고 덮자는 분위기가 역력한 군인들에 맞서, 법난위원회의 주도권을 지켜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피해보상의 내용이 빠져있는 현행법의 문제점, 국방부의 위원회 장악 의혹, 종단 전체에 대한 명예회복 필요성 등 핵심 현안을 부각시켜 여론의 관심을 끌어냈다. 위원회에선 한발 물러났지만, 스님의 열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종단 입법기구인 중앙종회를 통해 꾸준히 감시하고, 문제가 지속되면 끝까지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 현행법 상 법난위원회의 활동이 내년 6월30일부로 종료되는 만큼 그 전에 법률 개정이 시급해 보인다.
“현행법은 법난 당시 고문과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자와 상이자만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무고한 스님들이 강제연행된 일 자체가 피해다. 종단의 수장인 총무원장 스님까지 불법으로 끌고 가 강압수사를 벌였다. 오늘날엔 상상도 할 수 없는 만행이다.
법의 효력기간을 정한 것은 여타 과거사법과의 형평성에도 위배된다. 피해범위를 종단 전체로 확대하고 효력기간을 폐지해 국가의 잘못을 끝까지 따져야 한다. 또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완벽하게 마무리해 역사에 남겨야 한다. 오는 11월 서울을 비롯한 전국 5개 도시에서 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 법난을 주도했던 군(軍)이 자신들의 과오를 가리기 위해 위원회를 좌지우지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더욱이 파견 군인들의 진상규명 방해 행위는 실제로 벌어져 왔다. 현역군인의 위원회 파견은 처음부터 계획적이었으며, 위원장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온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주무부서를 바꾸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국방부가 계속 맡더라도 군인들을 전부 내보내고 민간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면 폐단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또한 10.27법난의 최종 책임은 ‘전두환’이라는 당대 최고 실력자에게 있다.
그만큼 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해야 이치에 맞는다고 본다. 피해자인 종단이 보다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 지난해 11월 위원장 불법 해임 파문을 비롯해 민간위원들과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다.
“진정한 명예회복의 첫걸음이 법률 개정이다. 그만큼 법 개정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사들로 교체하려 했다. 소신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개정안에는 명예회복만이 아니라 위원회의 안정적 활동을 지탱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한 내용도 담아야 한다. 민간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명시하고 조계종의 위원 추천권도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만 종단이 중심을 잡고 효율적으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할 수 있다.”
- 종단 집행부와 종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종단이 정부와 대등한 관계에 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세심하게 살피고 챙기지 않으면, 종단의 입장과 반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최근 실무진의 주먹구구식 업무처리가 말밥에 올랐다.
의료실무위원회가 판정불가 결론을 내렸는데, 피해실무위원회는 피해자로 인정한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특히 현행법의 한계로 인해 입적한 스님의 경우 정신병을 앓았어야만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법난위원회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많이 영입되고 공무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직위를 가져야, 법난 피해자인 종단에 불이익이 가지 않을 것이다. 종단 집행부가 철저한 문제의식을 갖고 위원회와 공동대응에 나서길 바란다.”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859호/ 10월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