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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실에서 띄우는편지 -일흔 아홉
이    름 : 청량사 (crs@cheongryangsa.org) 조회수 :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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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실에서 띄우는 편지

                         일흔 아홉..

 

산속에 살지 않는 사람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달리하는 청산 숲 색깔의 변화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진달래 철쭉이 지며 봄이 가고 여름이 차츰

다가오는 무렵의 산색은 가벼운 연초록이다.

 

그러다 조금씩 더위를 느낄라치면 짙은 초록으로 그 색을 달리하고.

한여름엔 검푸르기까지 하다

폭염이 내리쬐는 검푸른 여름 숲은 참으로 건강하다.

건강한 그네들만의 소중한 꿈을 잉태한 듯 금방이라도 무언가를 토해낼 것만 같다.

 

여름 숲은 시시때때로 색깔을 달리하며 무성해진다.

머루.다래.산딸기들이 그 무성한 숲 속에서 익어간다.

그런가 하면 산토끼.노루.오소리.멧돼지.담비란 놈들은

숲속의 한 식구를 자처하듯 여름 숲을 쉴새없이 노닌다.

 

봉화 청량산 자락은 겨울이면 겨울이면 유난히 황량하다.

잎이 다 져벼린 나무 사이로 바람은 쉴새없이 포효하며

넘나들고 내리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는

나뭇가지의 울음소리가 밤새 계곡을 울린다.

이런 밤엔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차 한 잔 끓여  앞에 두고 그 모든 소리에 귀를 모두어 하얗게 밤을 밝힐 뿐이다.

 

하지만 여름 숲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 겨울의 황량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오고가는 계절의 묘.생성과 소멸 .탄생과 죽음.모든 것은 윤회한다.

 

얼마 전에 오래 알고 지내던 이가 암으로 이승을떠났다.

그이는 참으로 살고 싶어했다.

어느 누가 죽기를 원하랴만 생에 대한 그이의 집착은 각별했다.

견디기 힘든 고통속에 서도 그이는 실날 같은 한 가닥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런 그이가 갔다.

 

굴참나무 울울한 여름 숲을 거닐며 나는 불행한 그이의 죽음을 슬펴한다.

 

행복한 자.

지금  '행복하다' 고 자위하지 말라.

그 주워진 행복과 안위를 안으로 다독거리며.

저 많고 많은 불행한 이웃들의 삶을 한번쯤 돌아보라.

이것이 여름 숲의 건강함이 주는 교훈일 게다.

 

숲 속의 밤은 고요하고 소담스럽다.

이따금 부는 바람이 잘 자라 나뭇가지를 어루만질 뿐.

숲은 지금 그대로의 무량한 꿈을 꾸고 있다.

 

       * 빗소리만 들리는 심우실에서

                                     지현....


 

| 글쓴 날짜 | 2019-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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