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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실에서 띄우는편지 - 마흔넷
이    름 : 청량사 (crs@cheongryangsa.org) 조회수 :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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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실에서 띄우는편지--마흔넷-

 

스님.

햇차 한 잔 하러 오시지 않으렵니다.

여기는 봄이 물씬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여기 섬진강 어귀에서는 벌써부터 피라미들이 떼  

지어 은비늘로 뛰어 놀고

귀여운 동네 아이들도 왠지 모를 설렘으로 허둥대듯 옷고름 입에

물고 오고 가고 오고 가고.그러고 있습니다.

 

스님.

초벌차 햇차 한잔 하러 오십시요.

저희  오두막 작은 마루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 물결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한나절 여유를

누려  보는 것도 그 또한 좋지 않을까 합니다.

노오랗게 숲처럼 무리 지어 있는 산수유꽃들 또한 이곳의

값진 모양새를 보여주며 우리네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잉잉거리며 벌들이 날고 있는

산수유 그늘 아래 봄은 이제

그 마지막 전령을 떠워 보내려 하고있습니다.

스님.

가야 할 길은 우리네  모두 멀고 험난하다 할지라도.

한번쯤 여유를 부리며 이 봄의

강 언저리를  거닐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어여쁘게 피어오른 보리 새순을 조금씩 잘라 된장국에 넣어

끓여 후루룩 마시는 맛도 일품이지요.

저녁 연기 가늘게 피어오르는 옆마을 굴뚝을

아스라이 지켜보면서.

강촌의 한적함을 느껴 봄도

그 또한 자그마한  선이 아닐까요.

발길에 차이고 짓밟히면서도

꿋꿋한 삶의 흔적들이 여기 섬진강 언저리 곳곳에서

숨 쉬고 있음을 오늘도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스님  

조그만 옥매화 한 뿌리 준비해 놓았습니다.

가지고 가셔서 고이 가꾸시길 바람니다.

 

우리 동네  꼬마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저만치

이곳 골목 쪽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혹시 너무 먼 곳만 바라보면서

걸어가고 있지나 않는지요.

가까운 곳에서도 많고 많은

성스러운 '울림 ' 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손짓하고있음을 지나치고 있지나 않는지요.

 

무등산에 계시던 의제 허백련

선생은 직접 재배하고 가꾼 차를 일러 춘설다 라고 하였지요.

봄눈이  오는 어느날 밤 벗과 함께 차를 같이 나누고 싶다는

그러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겠지요.

여기 섬진강 부근의 차밭에선 그것을 일컬어 죽로다라고 합니다

대숲에 내리는 새벽 이슬  같은 여운의 미를  맛보자고.

그리하여 지은  듯 합니다.

 

스님.

꼭히  한번 내려오셔서 죽로다 한 잔 같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조만간 뵙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무심히 살고있는 지인이 오래전 보내온 편지를 읽는다.

천진 무구한 그의 편지를 새삼 읽으면서

흐린 빌딩숲 사이를 바라본다.

비가 올려나 하늘은 잔뜩 화가나 있고 .

어린 날 고향의 옛 마을의 언덕바지에서 송아지 한 마리

고삐를 움켜쥐고  비를 맞으면서 서 있던

그 머나먼 새카만 추억의 그림자를 떠오르고 떠오른다.

내 언젠간 그 마을의 깊은 안개 같은

내면의 숲길을 거닐어 볼 것인가.

그리하여 고요히 잠들어 볼 것인가.

모른다.

아직.

그 꿈결  같은 옜날의 그림자를 쫓아 떠나가 볼 것을

그래 아직은  모른다.

 

섬진강 마을에 살고 있는 지인을 한번 만나러 갈까.

그가 얘기한 이 봄의 한차를 나누러 갈까.

봄이 오는 소리 .

봄이 성큼 다가와 우리네 가슴을 적신다.

때 묻지 않은 지인과함께 차를 나누면서

깊이 흐르가는 강물 소리를 밤늦도록 들어나 볼까.....^

 

오래전 스님에게온 편지를 읽으면서 견지동에서-  지현....^

| 글쓴 날짜 | 2016-0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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