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실에서 띄우는 편지 --서른 아홉--
여러분!
어제, 오늘 많이 추우셨죠?
며칠전이 소한이었습니다.
이 무렵에는 날씨가 굉장히 추워야 정상인데 이번엔
소한추위가 없었습니다.
대한이 소한에게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옛말에서 알 수 있듯이 소한무렵엔
맹추위가 와야 정상인데
이번엔 추위가 없었을뿐아니라 포근하기까지 했으니
난방용품을 파는 상인들과 겨울옷을 파는 의류업계의 타격이 아주 심했다고 하더군요.
경기의 악화도 어쩌면 계절을 거스르는 기이한
현상에서부터 시작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가 몸에 가장 좋은 것이고,
절기에 맞는 날씨가 우리 생활을 순조롭게 만들어 줍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우리 현실 속에서 느끼게 되니
덜컥 겁이 나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자연의 이치에서 우리는 많은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사는것이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연스러운 삶을 사는 가운데 우리는
욕심을 내려 놓게 될 것입니다.
자연의 반대되는 단어가 무엇인가요?
맞습니다.
자연의 반댓말은 문화입니다.
수많은 문화가 발생되고,
우리는 그 가운데 자연스럽지 못한 영역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존재감을 찾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나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의식하며 사는 껍데기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201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속에 '진정한 나로 살기 프로젝트'를
계획해 보심이 어떨런지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사는 껍데기 삶 속에서
과감히 깨어 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껍데기의 삶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절에 오셔서
기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그 선한 마음이 법당으로 인도하여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계실 것입니다.
기도하는 그 순간만큼은 남을 의식하거나
가식적이지 않습니다.
간절한 마음 안에는 거짓도 미움도 없을 것입니다.
껍데기의 삶을 살기 위한 기본 자세 중 하나가
바로 남을 위한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기도를 생활화하면서 나의 행복도 잊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정 나만을 위해 사는 삶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포장하여 내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는지...
오늘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응답하라 1988' 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몰이 중이라고 합니다.
산중에서 살아 온 수행자의 입장에서는 공감이 되는
부분이 거의 없지만
드라마 속의 명대사 몇가지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지구상에 종교가 존재하는것은
이 땅의 아들래미와 딸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붙들고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빌고픈 부모들이 있기 때문일것입니다.'
그 무엇보다
기도하는 삶을 사는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부모된 마음으로 하는 기도뿐 아니라
이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위해
기도할 줄 아는 여러분이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비록 남을 위한 기도가 될지라도
기도하는 그 마음은 자신의 것입니다.
지금 이곳에서 함께 하는여러분은 진정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보살과 같은 분들이십니다.
새해에는 더욱 알찬 삶을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하면서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 애쓰시기 바랍니다.
추운 날씨에 항상 건강에유의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 합니다.
......조계사에서 지현 합장......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