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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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현스님 / 논설위원·봉화 청량사 주지 | ||
‘고즈넉한 절’ 시대는 지나
종교계에서도 저출산 사회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고 이를 장려하기 위하여 다양한 복지정책을 마련해가고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불교 사회복지정보센터에서도 저출산 사회문제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활발한 사업을 구상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먼저 사찰에서의 작은 실천이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 사회에 큰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절은 고요하고 고즈넉함이 미덕이라 강조했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물론 때에 따라 그럴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누구에게나 산문을 개방하고 편안함을 선사해야 하는 종교시설에서 아기의 부모들은 안절부절 못 할 때가 많다고 하니 이는 분명 잘못된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청량산이 유명해지면서 청량사를 찾는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해우소를 새로 지었고, 도량을 정비하였습니다. 늘 부족함이 많은 오지 마을의 절이지만 마음을 모아 해우소 불사를 마무리 하고 한결 나아졌다 생각하며 지내던 어느 날 갓 돌이 지났을 법한 아기를 안고 종무소로 달려 온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종무소에서 잠깐 실례를 해도 되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신도들을 위한 다실이 함께 있는 종무소가 아기의 기저귀를 가는데 적합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이곳보다 나은 곳은 정말 없겠구나 싶은 생각에 어서 들어오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아기를 어르고 달래며 기저귀를 가는 젊은 부부를 보며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기들에 대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은 현실이 미안했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 우리의 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물론 이 일이 있고 난 후 새로 지은 해우소에는 아기들을 위한 보호 의자와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여 아주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외의 필요한 공간은 요사채를 이용할 수 있게 문구를 만들어 안내해 드렸더니 모유수유를 하는 아기와 엄마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고, 낮잠을 자는 아기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젊은 부부가 아기와 함께 절에 오는 일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들 부부처럼 불편함을 호소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불편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몹시 불편했겠지만 부처님도량이라 이해했을 것이고 늘 그래왔듯이 불교의 보수적인 면을 비난하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기 일쑤였을 것입니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할 때입니다.
아기 기저귀 교환대도 설치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오는 공간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배려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그렇고 아기와 아기부모를 위한 배려도 그렇습니다. 벤치마킹 또한 중요한 시대입니다. 이웃 종교의 좋은 본보기가 우리의 커다란 재산이 되기도 하는 시대인 만큼 모방이라는 타이틀로 자존심을 내세우기 보다는 서로 인정해 주고 다듬어 사용할 수 있는 센스를 발휘하는 불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불교신문 2733호/ 7월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