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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에 걸려있던 뭉게구름도
어느덧 저 멀리 달아나버렸습니다.
하늘은 점점 멀어져가고
청량산의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청량산의 사계는
그 어느 명소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색이 아주 분명한 곳입니다.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기 때문에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 가운데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색을 지닌
사람이 있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어느 날
불이원 옆 벤치에는 코이프를 곱게 쓰고,
잿빛 원피스를 입은 수녀님 두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두 분은 정답게 담소를 나누고 계셨고
그렇게 정담을 나누고 계시는
두 분의 뒷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도량에 서서 한참을 내려다 본 일이 있습니다.
도량에 들어서서는 잊지 않고 합장을 하며
예를 표하시는 수녀님들이십니다.
순간 종교차별이니 종교의 벽이니 하는 말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
그 모습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평화입니다.
성직자의 신분임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복장이 승복과 수녀복 입니다.
둘은 색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느낌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어느 해였던가!
인사동 골목 귀퉁이에서
비구니스님과 수녀님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분은 삭발을 했고,
한분은 코이프를 두르고 머리카락을 감추었습니다.
한분은 다리를 가리고 털신을 신었고,
한분은 종아리를 조금 보이게 하고
구두를 신었습니다.
서로 다른 듯 닮은
두 분의 모습을 바라보며
종교의 벽이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고,
그 어떤 훌륭한 법문보다도,
그 어떤 위대한 설교보다도
두 손을 꼭 잡고 인사동 모퉁이를 돌아
걸어가시는 모습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법문이고,
설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의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생각과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으로는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일 수 없습니다.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일 것입니다.
법당에서나 교회에서나
지켜야할 예의가 있습니다.
서로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자세보다는
서로의 종교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갖는 수행이 필요한 때입니다.
단풍이 곱게 물든 청량산을 바라보며
정담을 나누고 계시는 수녀님들께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즐겁게 하고 계셨는지
차 한 잔 나누면서 여쭤볼 생각입니다.
영주 시민신문
[205호] 2008년 10월 15일 (수) 12:00:28
석지현<청량사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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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